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집단에너지사업을 매각하는 가운데 한국전력(015760)의 발전자회사 한국서부발전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매각은 공공기관 개혁의 일환인데 한국서부발전이 인수하면 공기업 자산을 다른 공기업에 넘긴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0일 LH는 집단에너지사업 입찰에 참여한 예비 적격 인수후보(숏리스트)를 대상으로 기술 타당성 및 재무 실사 등을 진행 중이다. 2월 본입찰을 진행해 이르면 4월 중 최종 계약 체결을 계획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집단에너지사업(대전서남부, 아산배방·탕정지구) 일체다. 대전서남부 발전소는 3만 5512가구(열생산능력 322Gcal/h), 아산배방·탕정은 발전소는 3만 619 가구(열생산능력 325.24 Gcal/h)에 지역 냉난방을 공급 중이다.
집단에너지는 열병합발전소에서 발생한 열을 활용해 지역 냉·난방을 공급하는 사업으로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전기는 한전에 판매해 추가 수익을 얻는다. LH가 책정한 집단에너지사업 매각가는 102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번 매각은 2021년 발생한 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이후 정부가 마련한 혁신방안에 따른 조치다. 지난해 9월 국토부는 '산하 공공기관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LH 설립 목적과 맞지 않는 업무를 민간에 이양하기로 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스(PF)와 집단에너지 사업을 폐지하기로 했다.
LH는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해 매각 작업에 본격 돌입했고, 지난해 12월 IBK자산운용, 칼리스타캐피탈을 포함한 복수의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5여 곳을 본입찰에 참여할 적격 인수 후보자로 선정했다.
인수 후보 명단에는 한국서부발전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서부발전은 단독 입찰 참여 대신 아산시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민간업체 JB도시가스와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집단에너지사업 인수를 위한 기술 및 재무 실사 등을 진행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복수의 원매자가 인수전 이탈을 결정하면서 한국서부발전 컨소시엄의 집단에너지사업 인수가 유력해진 상황이다. 앞서 LH가 영업 적자인 대전서남부 발전소 매각가에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없는 부지 가격을 붙이면서 일부 원매자는 무리한 가격 책정이라며 인수를 포기했다.
한국서부발전이 집단에너지사업을 인수할 경우 공기업 자산이 그대로 공기업에 넘어가게 돼 공공기관 혁신 차원에서 진행되는 이번 매각의 목적과 배치된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현재까지 한국서부발전의 인수 완주 여부는 미지수다. 한국전력은 누적 적자 탓에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5월 그룹사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자회사 지분 및 부동산 매각 등을 포함한 재무구조 개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최근 자회사 한전기술(052690) 지분 매각을 위해 NH투자증권(005940)과 삼성증권(016360), 미래에셋증권(006800)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지분 매각을 위한 수요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국서부발전 컨소시엄을 제외한 모든 원매자가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유찰 가능성도 있다. 국유 자산 매각 입찰에선 공정성 이유로 단독 입찰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서부발전은 "이번 인수전 참여는 LNG를 활용한 집단에너지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한 차원"이라며 "JB도시가스와 사업 시너지 도모를 위해 컨소시엄을 결성했으며 본입찰 참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