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필수의료 분야의 만성적인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를 추진한다고 밝힌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우려를 표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9일 “신속히 의료계와 의대 증원에 관한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히며 의대 증원이 공론화된 데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다.
의협은 12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 2020년 9월 4일 의정합의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 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복지부와 합의했다”며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의정 협의 요청이 없었고 코로나19 안정화 선언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 정원 문제가 언론을 통해 이슈화되는 부분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의사인력의 수급 문제는 의료 수요자와 공급자 만의 문제가 아닌 국민 모두가 영향을 받는 전 국가적인 사안이기에 보건의료제도와 재원 등을 충분히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게 의협의 입장이다.
의협은 "각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의 건강을 향상시키고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목표를 갖고 인력수급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전국 의사들의 힘을 모아 어렵게 이뤄낸 9.4 합의를 존중해 정부가 그 이행을 준수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향후 코로나19가 안정화된 후 정부와의 신중한 논의를 거쳐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중·장기적이고 합리적인 의사인력 수급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의협 차원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사안이다. 의협은 2020년 정부가 내놓은 ‘의대정원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나선 바 있다. 일부 의대생들은 그해 9월로 예정돼 있던 국가고시를 거부했다.
지난해 여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수술할 의사가 없어 사망한 이후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해법 중 하나로 '의대 정원 확대' 주장이 다시금 고개를 들면서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대통령 보고 다음날인 지난 10일 세종시 복지부 청사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부족은 의사 수 자체가 적어서가 아니라 특정과로의 ‘의사 쏠림 현상’ 때문이며, 의료사고 위험이 높고 근무환경이 열악한 데도 건강보험이 병원에 지급하는 수가가 턱없이 낮다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반대 논리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복지부가 1월 중 의협과 협의를 시작해 4월까지 결론을 내고 내년 신입생부터 의대 정원을 350명 늘릴 예정이라고 밝힌 점은 무능하기 그지없는 대책”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