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라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있다. 기본적인 프로그램은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주어진 주제에 대해 상세하고 논리적인 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외신에 따르면 챗GPT가 앞으로 대학들에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한다. 학생들이 과제로 주어진 보고서 작성을 이 챗GPT에 맡길 경우 그렇게 작성된 보고서는 기존의 표절 적발 소프트웨어로는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챗GPT와 인간의 협업으로 간단한 소설을 창작하고 있다고 하니 교수가 본업인 필자 역시 앞으로 강의가 더 힘들 것 같다.
알파고가 등장하면서 AI의 위력을 실감하게 됐고 앞으로 AI의 발전과 활용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등장했다. 그러나 AI의 도입과 발전이 우리 일상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 새로운 유토피아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더불어 AI가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우리의 일상을 통제해 디스토피아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제기되고 있다. 아직은 이 두 가지 전망 어느 것도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AI가 활용할 수 있는 엄청난 데이터가 축적되는 금융 업계 역시 상황은 유사하다. 자산 관리나 트레이딩 등 현업뿐만 아니라 주가조작 적발 등 금융 감독 분야에서의 활용이 다양하게 논의,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열매는 보이지 않는다. AI가 과거의 주가조작 패턴을 숙지하고 다수의 AI가 협업해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실현된 사례는 없다.
AI를 기업 경영, 의료 진단 등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아직 눈부신 성공 사례보다는 황당한 실패 사례가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로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 개발된 의료 진단, 안면 인식 AI는 백인 남성 위주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사회적·인종적 차별이 그대로 내재화되고 심각한 왜곡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 분야를 연구해온 전문가들에 따르면 AI가 우리 생활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AI의 협업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어디까지 AI가 해결하고 어느 부분은 인간이 담당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디자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바둑이나 체스의 경우 인간, AI, 그리고 AI의 도움을 받는 인간 간의 대국에서는 아마추어 기사가 AI의 도움을 받을 때 가장 승률이 높다는 것이 좋은 예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인간의 머리와 동물의 힘을 갖고 있으나 특성이 매우 다른 두 종류의 반인반마가 등장한다. 켄타우로스는 머리가 힘을 통제하지 못해 난폭한 행동으로 피해를 주는 반면 케이론은 온화하고 현명해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스승이 된다. AI가 켄타우로스가 될지 아니면 케이론이 될지는 결국 우리가 어떻게 AI를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