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독자적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11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더 (북핵) 문제가 심각해져 대한민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우리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한 ‘3축 체계’와 관련해 “우리가 공격을 당하면 100배, 1000배로 때릴 수 있는 대량응징보복(KMPR) 능력을 확고하게 구축하는 것이 공격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조건을 걸었지만 ‘자체 핵무장’ 방안을 언급한 것은 북한을 향한 경고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윤 대통령은 여권에서 제기된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잘 경청하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북한은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공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쏘고 무인기 5대를 서울로 침투시키는 등 도발을 노골화했다. 심지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과 핵탄 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대를 공언했다. 북핵 위기가 고조된 만큼 미국의 핵우산 강화, 핵 공유 등 실질적 대응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과연 (미국이) 서울을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겠나”라는 반문이 12일 대통령실에서 흘러나온 것은 우리의 절박함을 방증한다.
북한이 핵 도발을 멈추지 않는다면 한국에 이어 일본 등이 잇따라 핵무장을 시도할 것이다. 동북아 전체가 ‘핵 공포’ 대결을 벌이는 끔찍한 상황을 피하려면 북한이 완전한 핵 폐기를 완료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이 끝내 핵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안보 불안 해소를 위해 자체 핵무장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대한 이익을 위태롭게 할 경우 본 조약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제10조를 들어 NPT 탈퇴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북한의 핵 위협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미국의 확장 억제 제고 방안 구체화와 함께 핵 잠재력 보유, 자체 핵무장 등 다양한 옵션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