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일주일에 3일씩 재택근무를 지속하다 지난주부터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된 장 대리(37). 오랜만의 사무실 복귀가 새롭고 반갑기도 하지만 재택근무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불편한 점도 많다. 무엇보다 고질적인 허리 통증이 가장 큰 고민이다. 재택근무를 할 때는 중간에 일어서서 업무를 보거나 간단한 스트레칭도 할 수 있었지만 사무실에서는 왠지 모르게 눈치가 보인다. 하루종일 고정된 자세로 자리에 앉아있다 보니 사무실 근무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허리 통증이 악화된 장 대리.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검진을 받은 결과 초기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이를 방치하면 디스크가 파열될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업무 중 ‘505 법칙’을 지키며 척추 건강관리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재택근무의 가장 큰 이유였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점차 완화되며 기업들이 다시 사무실 출근을 선택하고 있다. 지난달 한 데이터 전문기업에서 직장인 4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7.5%가 최근 3개월 내 '재택근무를 단축 또는 종료하고 사무실로 복귀하라는 회사 방침이나 공지가 있었다'고 답했다.
사무실 근무는 직원 간 협업과 소통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장 대리와 같이 코로나19 기간 뉴노멀에 익숙해진 직장인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근무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허리 통증도 그 중 하나다.
앉은 자세는 선 자세에 비해 허리에 약 1.5배에 달하는 하중을 가한다. 온종일 의자에 앉아있다 보면 자세가 흐트러지기 쉽다는 게 더욱 큰 문제다. 엉덩이를 의자 끝에 걸쳐 앉거나 다리를 꼬는 자세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자세는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을 3배까지 증가시키는데, 척추 및 골반의 불균형을 초래할 뿐 아니라 척추 뼈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손상 또는 탈출되는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동안 디스크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장 대리의 이야기로 돌아가 ‘505 법칙’을 살펴보자. 505 법칙은 50분간 의자에 앉아 있었다면 5분은 허리를 펴고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을 말한다. 허리를 뒤로 젖히거나 가볍게 돌리는 동작만으로도 경직된 허리 근육을 이완하고 디스크에 가해지는 하중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정수기의 물을 떠 오는 일상 속 가벼운 움직임도 좋다. 앉은 자세를 잠시 중지하고 허리에 쉬는 시간을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법칙은 척추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임을 명심해야 한다. 허리 통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등 이미 허리디스크가 진행 중이라면 전문적인 치료가 시급하다. 수술 및 회복 기간으로 인한 업무 공백이 부담되는 직장인에게는 비수술 한방치료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추나요법, 침치료, 한약 처방 등을 병행하는 한방통합치료는 침습적 치료 없이 척추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추나요법은 척추와 근육, 인대 등을 적절한 방향으로 밀고 당기는 한방 수기요법으로 틀어진 척추 배열을 바로잡아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을 감소시킨다. 장시간 앉아있는 과정에서 뻣뻣하게 경직된 허리 근육의 경우 침치료를 통해 부드럽게 이완한다. 여기에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손상된 디스크 및 신경조직을 회복하고 뼈와 근육을 강화해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한방통합치료의 허리 통증 완화 및 기능개선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저널 ‘건강관리(Healthcare)’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한방통합치료를 받은 허리디스크 환자의 허리 통증 숫자평가척도(NRS)가 5.4(중등도)에서 2.68(경증 정도)로 절반 수준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허리 기능장애지수(ODI)의 경우 장기간 치료 효과가 두드러졌다. 치료 전 46.39로 중등도 수준이던 통증 수치가 퇴원 후 16.47로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평소 올바른 자세를 취하려는 노력도 치료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의자 뒤쪽 끝까지 넣고 등받이에 자연스럽게 몸을 기대 허리에 집중된 부하를 등으로 분산시키도록 하자. 허리와 등받이 사이에 작은 쿠션을 놓아 허리의 S자 곡선을 지지하는 것도 좋다. 발바닥이 전부 땅에 닿지 않을 경우 허리가 등받이에서 떨어져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므로 의자 높이를 조절하거나 발 받침대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이 가시화되며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때일수록 변화한 환경에 따른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올바른 자세와 505 법칙과 같은 일상 속 생활 습관을 병행하며 척추 건강을 지켜나가도록 하자. / 최우성 청주자생한방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