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신용 강등' 쓰나미 온다…기업들 '초비상'

등급 전망 '부정적' 기업 GS리테일 등 59곳

넥센타이어·넷마블 등 최근 신용등급 하락도

건설·캐피탈에 석유화학 기업도 우려 목소리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또 올리면서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치인 1.7%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건설사와 증권·캐피털사, 저신용 기업들의 경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만큼 신용도 하락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급격한 재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서울경제 시그널이 이날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의 유효 등급을 조사한 결과 ‘부정적’ 전망이 붙은 기업은 총 59곳으로 ‘긍정적’ 전망이 붙은 기업(32곳) 대비 27곳 많았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향후 6개월~1년 내 기업의 실적이나 주요 재무 지표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개선되지 않을 경우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경고다. 지난해 11~12월에만 포스코와 GS리테일(007070)·효성화학 등 19곳에 달하는 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이 한 단계 떨어지거나 ‘부정적’으로 돌아섰고 넥센타이어(002350)넷마블(251270)·LX하우시스(108670) 등 3곳은 실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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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자본시장에서 조달금리가 크게 상승할 뿐 아니라 기존 발행 채권의 가격이 떨어져 투자자들의 평가손실이 불가피하다. 회사채 발행금리를 높여도 투자자를 구하지 못할 수 있다. 실제로 이달 초 25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롯데건설은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의 신용 보강에도 시장 수요를 확보하지 못해 산업은행과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지원을 통해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관투자가의 경우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기보다는 중도에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 채권 값에 바로 영향을 주는 신용등급에 민감하다”며 “특히 등급이 바로 떨어지지 않고 ‘부정적’ 꼬리표만 달려 있어도 추후 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피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올해 신용등급 줄강등 우려가 확산하는 것은 기업 신용평가가 사업보고서를 근거로 이뤄지는 후행 지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반도체·선박 등의 수출 부진과 기업들이 겪는 경기 둔화 리스크는 올해 신용평가에 반영되고 불황 공포 속에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2022년 신용등급 변동 현황 및 2023년 방향성’ 보고서에서 “올해 기업들을 둘러싼 위험 요인이 어느 때보다 예측 불가하고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글로벌 수요 둔화와 금리 인상, 유동성 위험, 부동산 경기 하강, 인플레이션과 고환율 등 올해 국내 기업들의 산업 환경이 전년 대비 상당 수준 저하돼 대부분의 업종에서 실적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특히 저신용 기업들의 경우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돼 단기간 내 급격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 업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 규모가 큰 증권사와 캐피털사, 저축은행의 신용도 악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면서 고금리에 위험도가 한층 커진 브리지론의 손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건설과 석유화학 업계 역시 주택 시장 위축과 수요 둔화로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분석됐고 운전 및 투자 자금 소요가 많아 금융 비용 부담이 커진 중소형 자동차 부품사 등도 어려울 것으로 평가됐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거시 환경이 부정적으로 돌아서 산업 내 경쟁 지위와 환경 대응력이 떨어지는 중견·중소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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