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정부 보조금을 받은 외국 기업들의 EU 내 인수합병(M&A)이나 공공입찰 참여를 규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역외보조금 규정’을 올 7월부터 시행한다고 12일(현지 시간) 밝혔다. 막대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EU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 기업을 비롯해 한국 기업들의 행정 부담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역외보조금 규정은 EU 역외 기업이 정부 및 공공기관으로부터 과도한 보조금을 받고 EU 내 기업 M&A나 공공입찰에 참여하는 경우 ‘불공정 경쟁’으로 간주하고 규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5000만 유로(약 673억원) 이상 보조금을 받은 역외 기업이 최소 5억 유로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EU 기업을 인수하려면 집행위에 신고해야 한다. 최소 400만 유로가 넘는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2억5000만 유로 이상 규모의 EU 공공조달 입찰에 참여할 때도 신고 의무가 부과된다. 왜곡된 외국 보조금이 개입됐다고 의심될 경우 직권조사도 가능하다.
신고 의무가 부과되는 시점은 10월부터다. 의무 위반 시 연간 총 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M&A 계약 체결 금지나 공공조달 참여 제한 등 제재도 가능해진다. 집행위는 수주 내로 신고 방법, 기한 등 세부적인 내용을 명확히 하는 시행규칙 초안을 내놓기로 했다. 이후 4주간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올해 중반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집행위는 이날 발효된 역외보조금 규정으로 시장 내 모든 기업의 ‘공정 경쟁’을 보장하겠다고 설명했다. 해당 규정은 2021년 초안 공개 당시부터 중국 기업을 겨냥한 조치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집행위는 “신규 규정은 특정 국가나 산업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모든 경제 활동에서 공평한 경쟁의 장을 확보한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