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이나 감염으로 형성된 항체의 효과가 3개월이면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항체 양성률 표본 조사 결과 전 국민의 코로나19 항체 보유율이 99%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방역 당국이 "집단 면역이 형성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14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역학회 및 지역사회 관계기관과 함께 지난해 12월 7~22일 전국 75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채혈, 코로나19 항체 검사를 수행한 결과 자연 감염·백신 접종을 통한 전체 항체 양성률이 98.6%로 확인됐다.
이는 작년 9월 1차 조사 결과인 97.6%보다 1%포인트 차로 유사하다. 이같은 수치는 일면 국민의 대다수가 코로나19 항체를 가지고 있으며 이 항체가 일정 기간 이상 유지되고 있어 이른바 집단 면역이 형성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게 한다.
그러나 질병청은 "전체 항체 양성률이 높다는 것이 각 개인의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번 조사를 수행한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연구 참여 대상자의 S항체 역가를 조사를 한 결과 감염 또는 백신 접종 후 2개월에는 항체 역가 평균 수치가 1만 6000 정도였는데, 3개월째에 접어들면서 9700 정도로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N항체는 자연 감염에만 반응하고, S항체는 자연 감염과 백신 접종 모두에 반응한다. 따라서 이 결과는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면역, 백신 접종으로 획득된 면역 모두를 포괄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항체역가가 시간에 지남에 따라 감소한다면 집단 차원에서 보면 보호 면역 효과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항체를 98%가 보유했다고 해서 이것이 장기적으로 집단면역의 기준을 달성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차 조사 때 항체 역가가 높았던 집단을 추적해 2차 조사 때 보니 이 4개월 사이에 신규 감염 위험이 8배가 됐다"고 부연했다. 면역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아 개개인의 항체 역가 높낮이가 제각각인 상황에서는 집단 면역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여기에 더해 "1~3차 접종은 우한 균주를 타깃으로 만든 것인데, 그 이후에 계속해서 신종 변이가 등장하고 있다. 균주의 차이로 인해 백신의 효능도 감소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이같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다시 한번 추가적인 백신 접종을 당부했다. 권 원장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 설 연휴를 앞두고 지금이라도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