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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김준수, 아름다운 고전 속 사랑을 노래하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포스터 / 사진=쇼노트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포스터 / 사진=쇼노트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잡은 게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명맥을 잇는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1957년 초연돼 2023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것처럼, 고전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통하기 마련. 춤, 노래, 연기의 삼박자가 어우러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배우 김준수와 만나 시너지를 낸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뉴욕의 웨스트 사이드를 배경으로 한다. 백인 청년 갱단인 제트와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청년으로 구성된 갱단 샤크는 관할 지역을 놓고 대립한다. 제트의 리더 리프는 댄스 파디에서 샤크의 리더 베르나르도에게 결투를 신청하기로 하고, 한때 제트의 구심점이었지만 지금은 평범하게 살고 있는 토니에게 힘을 보태 달라고 부탁한다. 토니는 마지못해 이를 수락하고, 파티장으로 향한다.

모두 모인 파티장. 토니와 베르나르도의 여동생인 마리아는 서로 첫눈에 반하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그러나 이들은 원수 갱단과 관련된 사이. 인정받지 못한 사랑이다. 그 사이 제트와 샤크의 대립은 깊어지고, 마리아는 토니에게 싸움을 말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토니는 우발적으로 베르나르도를 살해하고, 샤크는 토니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결국 마리아와 토니의 사랑은 극단을 향해 흘러간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원작으로 한다. 첫눈에 반한 젊은 남녀가 사실은 원수 집안의 소속이고, 자유를 찾기 위해 도피를 계획하다가 서로의 죽음을 오해하는 플롯은 '로미오의 줄리엣'의 것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이런 스토리 라인을 충실하게 따라가되 배경을 뉴욕으로 삼아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다.



배경이 뉴욕으로 옮겨지면서 추가된 건 이민자와의 갈등이다. 원작이 가문 간의 대립을 다룬다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백인과 이민자 갱단의 갈등으로 흘러간다. 백인들은 삶의 터전을 이민자들에게 뺏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푸에르토리코인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된다는 압박감을 받는다. 이민자 갈등은 미국에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처음 공연될 1950년대에도 중요한 사회 문제였다. 당시 제작자들은 작품을 통해 사회에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고자한 것이다. 이 메시지는 지금의 우리에게까지 전달된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김준수 / 사진=팜트리아일랜드 제공'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김준수 / 사진=팜트리아일랜드 제공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댄스의 비중이 높은 작품이다. 푸에르토리코와 백인 갱단은 각각의 댄스로 표현된다. 푸에르토리코인들은 정열로 대표되는 맘보, 우아팡고, 차차차를 주로 추고, 백인들은 쿨재즈와 로큰롤에 맞춰 춤을 춘다. 특히 대규모 군무가 펼쳐지는 댄스파티 장면은 압권이다. 제트와 샤크가 춤으로 작은 전쟁을 펼치는 와중에 토니와 마리아는 첫눈에 반해 사랑의 춤을 추는 장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모든 것을 함축한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마리아(Maria)', '투나잇(Tonight)', '아메리카(America)' 등 대표 넘버의 색채는 강렬하면서 유려하게 흘러간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 남자의 설렘을 노래하는 '마리아'는 조심스러우듯 단단하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남녀가 사랑을 맹세하는 '투나잇'은 충만한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 '아메리카'는 미국에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지만, 자유가 있기에 행복하다는 푸에르토리코인의 마음을 대변한다.

이는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가창, 춤으로 표현된다. 토니 역을 맡은 김준수는 섬세한 감정으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1막에서는 주로 처음 사랑에 빠진 남자의 설레는 감정, 연인을 향한 강렬한 사랑을 표현하는고, 2막부터는 죽음과 죄책감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가슴에 품고 연기한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연인과 함께하고 싶은 갈망을 짙은 감정으로 연기하면서 관객의 몰입도를 올린다.

오랜 내공으로 다져진 노래와 춤은 작품의 즐거움이다. 김준수는 감미로운 솔로 넘버 '마리아'부터 마리아와의 듀엣 넘버 '투나잇', '원 핸드, 원 하트(One Hand, One Heart)', '썸웨어(Somewhere)'까지 특유의 감성으로 소화한다. 양 팔을 벌리고 웨이브를 타는 포인트 안무는 잠시 관객들을 숨 돌리게 만든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오는 2월 26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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