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은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탄소 중립 실현에 가장 효과적인 저비용 청정에너지원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국민이 원자력 사용 확대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불안감이다. 반핵 인사들이 원전을 ‘화장실 없는 아파트’로 비유하며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이에 사람들도 오도된 생각을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장 부지 선정도 풀기 어려운 문제가 됐다. 정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한다. 이 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이달 26일로 예정돼 있다.
일부 주장과 달리 사용후핵연료는 현재 기술로도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다. 스웨덴에서 오랜 검증을 거쳐 안전성이 입증된 이 기술은 핀란드의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건설에 이미 적용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몇 다발을 5㎝ 두께의 구리 용기에 담아 지하 500m 암반에 구멍을 뚫고 묻은 다음 용기 주위를 ‘벤토나이트’라는 점토질의 방수재로 채우는 기술이다. 구리는 1년에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정도의 느린 속도로 부식되기 때문에 5㎝ 두께의 용기로 만들면 수만 년간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다 부식된 철기시대 유물과 달리 이보다 앞선 청동기시대 유물인 고조선의 다뉴세문경이나 진시황릉의 청동 마차를 보면 제작된 지 수천 년이 지났음에도 부식되지 않고 그 형체가 거의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벤토나이트는 물을 먹으면 딱딱해져 물의 침투를 효과적으로 막는다.
지하수가 처분장에 유입돼 벤토나이트 방수재를 지나 5㎝ 두께의 구리 용기를 뚫고 그 안에 있는 방사성물질이 녹아 나오게 한 후 500m 위 지표로 올라와 우리 후손에게 위해를 줄 확률은 실질적으로 ‘0’이다. 핀란드에 이런 방식으로 건설되는 처분장 온칼로는 2025년 실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지하 지질구조가 대개 화강암 구조로 핀란드와 비슷하므로 핀란드식 처분 방식을 개선해 사용할 계획이다. 그 개선은 다량으로 소요될 고가의 구리 소요량을 줄일 수 있는 방식을 개발해 처분 경제성을 높이고 복층 처분이나 처분 용기 간 거리 축소 등을 통해 처분장 면적을 줄이려는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지 한 곳에는 120m 깊이에 지하처분연구터널(KURT)이 건설돼 지질 특성 조사, 지하수 유동 경로 특성 조사, 심부 지하수 환경에서의 구리 부식 특성 시험 등 다양한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KURT 연구를 통해 얻은 경험과 자료는 차후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장 건설 전에 추진해야 할 지하연구시설(URL)의 건설과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안전 관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공청회가 순조로이 진행되고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