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한투 주관 오브젠 '공모가 뻥튀기' 논란

수요예측 참여 기관 64% '밴드 미만' 가격 제시

한투는 밴드 하단인 1만 8000원에 공모가 확정

한투, 프리IPO 투자 지분 가치 상승 노렸나 지적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마케팅 솔루션 업체 오브젠을 두고 ‘공모가 뻥튀기’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오브젠의 수요예측에 참가한 기관 중 60% 이상이 공모 희망가 밴드에 못 미치는 가격을 제출했는데 오브젠은 ‘희망가격 범위’에서 공모가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투자 업계에선 오브젠의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셀프 상장’ 이익을 겨냥해 공모가를 높여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브젠은 공모가를 희망가 밴드(1만 8000~2만 4000원) 하단인 1만 8000원으로 확정했다고 13일 공시했다. 지난 10~11일 수요예측에 응찰한 기관들이 희망 공모가로 제출한 가격을 반영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투자 업계에선 오브젠이 확정한 공모가가 실제 수요예측 결과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오브젠 수요예측 참가 기관 599곳 중 63.8%(382곳)가 1만 8000원보다 낮은 가격을 제출했다.



주식 매입 신청 수량 기준으로도 전체의 49.6%가 1만 8000원을 밑도는 가격을 써냈다. 응찰 기관 중에선 1만 5000원 이하에서 공모가를 제출한 곳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한 IB 업계 관계자는 “오브젠같은 경우 희망가 밴드를 밑도는 가격에 공모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했다” 며 “네이버클라우드가 2대 주주로 있고, 공모가 하단으로도 시가총액이 약 700억 원으로 크지 않다고 보고 쉽게 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브젠의 2대 주주는 8.8%의 지분을 보유한 네이버클라우드로 공모가 기준 시총은 698억 원이다.

문제는 대표 주관사인 한투가 2021년 7월 오브젠에 15억 원을 투자했다는 점이다. 당시 한투는 주당 1만 1117원에 오브젠 지분 13만 5000주를 사들였다.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에 참여한 뒤 직접 대표 주관사를 맡아 공모가를 결정해 증시에 입성시키는 일종의 ‘셀프 상장’이다. 한투 입장에선 프리IPO 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향후 오브젠의 주가 ‘기준점’이 될 공모가를 최대한 높여 잡을 유인이 컸다는 해석이다.

한투는 이 같은 ‘셀프 상장’에 가장 적극적인 증권사로 꼽힌다. 지난해만 해도 유일로보틱스(388720)·지투파워(388050)·아셈스(136410) 등을 셀프 상장 방식으로 증시에 입성시켰다. 특히 지난해 8월 상장한 새빗켐(107600)에 대해선 프리IPO 투자에 더해 상장 주관 보상으로 신주인수권까지 챙겨 약 200억 원의 지분 평가·처분이익을 동시에 꾀할 수 있었다.

IB업계는 이와 관련해 “한투가 가격 발견 기능이라는 IPO 주관사의 책무보다는 이익 극대화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투가 2021년 친환경 설비 업체 파나시아를 상장시키면서 투자금 대비 4.2배나 높은 가격에 공모가를 산정한 것은 아직도 금융투자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당시 파나시아는 고평가 논란으로 수요예측에 실패해 상장을 포기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오브젠의 공모가에 대해 “허수 참여를 최대한 배제하고 실질적인 가격 결정 능력이 있는 실수요 참여 기관의 가격을 공모가에 반영해 단순 경쟁률 등과 다소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프리IPO 지분의 경우 의무보유 확약이 있어 상장 직후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아니어서 공모가가 높다고 프리IPO 수익과 직결되는 것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투의 오브젠 프리IPO 투자분 중 83%(11만 2000주)는 상장 후 3개월 뒤 나머지 17%(2만 3000주)는 1년 후 보호예수가 풀린다. 오브젠은 이날부터 17일까지 이틀 동안 일반 청약을 실시한다.


심우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