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사실상 당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고 전당대회 모드에 돌입했다. 나 전 의원은 김기현 의원을 돕는 친윤계의 ‘배신자’ 프레임을 거부하는 한편 윤핵관들에게 “진윤”이라고 역공하며 여론전에 들어갔다. 안철수 의원은 친윤계 각을 세우고 나 전 의원을 감싸면서 양측이 연대하려는 기류도 포착된다.
박종희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CBS) 인터뷰에서 나 전 의원의 출마와 관련해 “며칠 사이에 행보라든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 출마 의지는 명확해 보이지 않느냐”고 밝혔다. 3·8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귀국하는 21일 이후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의원은 나 전 의원과 함께 당권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
선거 출마 결심을 굳힌 듯한 발언도 직접 내놓았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서울 국립현충원의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은 뒤 페이스북에서 “앞으로도 보수의 가치를 지키고, 자랑스러운 보수를 만들기 위한 저의 길은 계속 될 것”이라며 “우리는 오늘만 살 수도 없고 내일만 기다릴 수도 없다. 영원히 사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당원들을 겨냥해 “한 번도 당을 떠나본 적 없는 보수의 원류”라며 “좌파가 가장 집요하게 물어 뜨는 정치인이 된 것도 영광스러운 상처”라고 내세웠다.
나 전 의원 측은 “제2 유승민” “반윤 우두머리”로 몰아세우는 윤핵관을 향해선 “진윤”이라고 응수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의 ‘진박 감별사’에서 따온 말로 윤핵관을 ‘제2 진박감별사’로 낙인을 찍으려는 의도다.
‘반윤핵관’ 노선을 구축해 안철수 의원과 연대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박 전 의원은 ‘결선투표에서 ‘김기현 대 다른 의원’이 맞붙는 형태로 구도가 짜일 수 있느냐’는 질의에 “그럴 가능성이 많다”고 긍정했다. 안철수 의원은 한 방송(YTN) 인터뷰에서 전일 ‘특정인을 향한 백테클이 난무한다’의 특정인은 나 전 의원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재차 밝혔고, 연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 의원은 경쟁자들이 괜한 트집 잡기를 한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과 서로 간에 교감을 이룰 수 있는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 공연히 트집잡기를 하면서 윤심후보, 윤심팔이라는 터무니없는 말을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권 주자인 자신이 장제원 의원의 그늘에 가려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도 관찰된다. 김 의원은 기자들에게 “김장 연대라는 말은 이미 벌써 철이 지난 것이다. 그런 용어는 안 써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과열 경쟁 진화에 나섰다. 그는 “같은 당 동지라고 하기엔 너무 날이 서 있다”며 “(차기 총선은) 당 대표 얼굴로 치르는 선거가 아니고 윤석열 대통령 얼굴과 성과로 치러질 선거다. 모두 자중자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당의 갈등, 반목, 분란 조장 행위에 대해선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