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은행주들의 주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이들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수익률에 날개를 달았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가 금융지주들을 대상으로 주주 환원 강화 압박에 나서면서 배당 기대감이 커진 데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안정적인 실적이 전망되면서 방어주로서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TIGER 은행’이 최근 1개월간 수익률 11.77%로 국내 투자 ETF 중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KODEX 은행(11.62%)’ ‘TIGER 200금융(10.06%)’ ‘KBSTAR 200금융(9.92%)’ 역시 9~11%의 수익률을 거두며 상위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은행주들이 올해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영향이다. 이날 신한지주는 전 거래일보다 6.7% 오른 4만 3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나금융지주는 전일 대비 6.26% 상승한 5만 2600원을 기록했고 KB금융(4.53%), 카카오뱅크(4.62%), 우리금융지주(4.31%) 등도 강세 마감했다. 올 들어 ‘KRX 은행’의 상승률은 21.36%에 이른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은행주를 대상으로 저평가 탈피를 위한 주주 환원 강화 압박에 나서자 배당 강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꾸준히 주가에 유입되는 모습이다. 얼라인 측에서는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이 높아진 한편 배당 등 주주 정책은 여전히 더딘 점을 지적했다. 이미 KB·신한·하나·우리·JB·BNK·DGB 등 금융지주 7곳에 대해 주주 환원 요구 공개 서한을 발송해 다음 달 9일까지 계획을 밝힐 것을 요청한 상황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이슈들이 은행의 주주 환원 정책을 기존 대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차별화된 주주 환원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3대 금융지주에 초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심화된 가운데 안정적인 실적이 전망되는 은행주에 대한 매수세가 강화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특히 국내 은행주들이 이익 대비 저평가됐다고 판단한 외국인들의 순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올 들어 신한지주(순매수 1553억 원), 하나금융지주(1444억 원), KB금융(1198억 원), 카카오뱅크(893억 원)는 모두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위권을 차지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견조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는 은행 업종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상승으로 인한 자금 조달 수요 확대가 기업대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부동산 규제 완화로 가계대출 수요 역시 늘어날 경우 국내 은행들의 대출 부문 이익이 지난해 대비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코로나 기간 동안 쌓아놓은 대손충당금으로 건전성 이슈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에도 국내 시중은행의 이익은 다른 업종 대비 양호한 수준을 시현할 것”이라며 “지난해 내내 인상된 기준금리의 영향으로 은행의 순이자마진(NIM)도 당분간 안정적 우상향 추세를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