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298000)이 올해 첫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참패를 면치 못했다. 연초부터 회사채 시장에 조(兆) 단위 매수 자금이 쏟아져 들어와 채권시장이 정상화되는 듯 했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효성(004800) 계열사가 단숨에 찬물을 끼얹은 형국이 됐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12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이날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단 한 건의 인수 주문도 받지 못하고 전량 미매각을 냈다. 팔리지 않은 효성화학의 회사채는 인수단으로 참여한 산업은행이 700억 원어치를 인수하고 대표 주관사인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남은 물량을 떠안게 된다.
효성화학은 폴리프로필렌(PP)과 테레프탄산(TPA), 필름(PET·나일론·TAC필름), 삼불화질소(NF3) 등의 화학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재료 값이 상승하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전방 수요가 위축돼 영업적자가 이어져왔다.
여기에 베트남 화학 공장 신설과 관련한 대규모 투자까지 이어지면서 차입 부담이 크게 늘었다.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은 2020년 말 232.8%에서 지난해 3분기 1395.1%로 급증한 상황이다. 회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44.4%를 보유한 효성이다.
연초 효과에도 효성화학의 수익성 악화에 신용등급이 추가 하락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지갑을 닫은 것으로 분석된다.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은 ‘A(부정적)’로 한 단계만 떨어져도 하이일드 등급에 해당하는 ‘BBB’에 가까워진다. 투자한 회사채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유통시장에서 가격이 급락해 기관 입장에서는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효성화학은 발행금리 밴드를 높여 고수익 투자처를 찾는 개인투자자를 겨냥했지만 이조차 여의치 않았다. 효성화학이 회사채 발행에 제시한 금리는 2년물의 경우 6.240%에 달했다.
한편 LG화학(051910)은 이날 4000억 원어치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수요예측을 벌여 총 3조8750억 원의 뭉칫돈을 끌어모았다. 750억 원어치를 발행하는 2년물에 1조 300억 원이 몰려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3년물(2000억 원)에 1조 8800억 원, 5년물(1250억 원)에 9650억 원이 각각 모였다. 회사 측은 회사채 발행액을 최대 8000억 원으로 증액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