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이 17일 “일본으로부터 호응 조치가 아무것도 없다면 (한일 간) 협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징용 해법 모색을 위해 일본 피고기업의 기금 조성 참여와 일본 측 사죄 등 성의 있는 호응 조치가 필요하다며 일본에 공을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조 차관은 이날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진행된 외교부 현안 보고에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지적에 이같이 답하고 “일본하고 협의하는 것은 일본의 호응 조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외교부는 전날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외교국장급 협의에서 일본 측과 징용 문제 해법을 논의했지만,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두고 입장차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조 차관은 ‘대위변제로 갈 수밖에 없다는데 여기에 소위 일본 가해, 전범 기업 참여 통로가 있느냐’는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그것도 협의 중인 사안”이라고 답했다. 조 차관은 ‘징용 해법이 국내적으로 잘 수용돼야 일본 측과의 협상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는 이상민 민주당 의원 주장에 대해서는 “저희가 일본 측에도 지속해서 그 이야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조 차관은 또 정부가 징용 피해자와의 소통에 소홀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꾸준히 의견을 나눠왔다며 해명했다. 조 차관은 “저희가 민관협의회를 통해서만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별도로 피해자 측 변호인, 피해자 측 대리하는 시민단체들과 별도의 소통도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조 차관은 ‘일본 정부가 세계 유산 등재를 신청 중인 사도광산에 일제가 한국인을 강제 동원한 것은 명확하지 않느냐’는 이재정 민주당 의원 지적에 동의했다. 그러면서 조 차관은 다음 달 1일 이전에 일본이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보완해 다시 제출할 경우를 상정해 “우리도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저희가 구상하는 여러 방안은 적절하게 공개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설명드리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조 차관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와 관련한 질문에 “일본 측에서도 한국의 공개토론회를 생방송으로 다 본 것 같더라. 국내에서 특히 반대 의견도 굉장히 많고 여론이 뜨겁다는 것을 일본 사람들도 많이 인식을 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달 12일 국회에서 열린 공개토론회에서 피해자 측이 일본 기업의 배상 참여와 일본 측 사과를 요구하며 크게 반발한 만큼 일본 측이 성의 있는 호응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