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와 일본처럼 국민연금 장기 재정 추계에 대해 외부 기관과 전문가의 검토 절차를 신설해야 한다는 제언이 국회에 전달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추계 전제인 합계출산율 등 사회·경제 지표가 낙관적인 톤에 근거해 재정 전망이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오자 추계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외부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모습이다.
국회 관계자는 17일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위원회가 이달 말 제출할 연금 개혁안에 재정 추계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비중 있게 담을 예정”이라며 “추계 결과에 대한 외부 검증을 받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기금 적자 전환 및 고갈 시점 등을 파악하기 위한 재정 전망을 실시해 결과를 발표하는데 현재는 결과에 대한 외부 기관의 공식 검토 절차가 없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연금 전문가는 “다각적인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재정 추계가 결과 자체는 물론 연금 개혁 방향에 대한 논쟁의 빌미가 됐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2018년 진행된 제4차 국민연금 재정 전망 결과도 신뢰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재정 추계는 합계출산율과 경제활동참가율 전망치 등을 바탕으로 나오는데 이런 기본 전제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설정돼 추계 결과도 예상보다 긍정적으로 나왔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일례로 4차 재정 전망 당시 정부는 합계출산율이 2018년 1.22명에서 2020년 1.24명으로 오른다는 통계청 전망 결과를 전제로 사용했는데 실제 합계출산율은 같은 기간 0.98명에서 0.84명으로 줄었다. 경제활동참가율(남성 기준)은 2018년 79.7%에서 2020년 80.0%로 오른다고 전제했지만 실제로는 같은 기간 73.7%에서 72.6%로 후퇴했다. 합계출산율과 경제활동참가율은 국민연금 가입자 수와 직결돼 향후 기금 규모 전망을 가늠하게 하는 핵심 전제다.
당시 정부는 “(전제 조건인) 통계청의 인구 추계 결과가 최근 저출산 경향에 비해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그 공신력을 부정하기는 어려워 사용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연금 전문가는 “변수가 워낙 많아 전망 자체가 틀렸다고 비판할 수 없지만 전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전문가들의 공식 견해가 소상히 공개됐다면 논쟁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 요구로 추계를 추가로 진행해 그에 기반한 연금 개혁 논의가 이뤄졌다면 국민들의 정책 수용도도 높아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를 보면 연금재정 추계 결과에 대한 외부 기관의 검토 절차가 있다. 캐나다의 경우 3년마다 연금재정 전망을 내놓는데 영국 정부보험계리부(GAD)의 검토를 받고 그 내용을 공개한다. 가령 2020년 GAD는 캐나다 정부의 의뢰로 캐나다의 연금재정 추계를 실시한 자들의 전문성과 추계 결과 검증을 진행했다. 당시 GAD는 “코로나19 유행과 같은 상황이 재발하는 것을 가정해 인구 통계·경제·투자별 시나리오에 대한 추계를 추가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역시 재정 추계에 관한 외부 전문가의 검토 보고서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