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너와 나







- 박철

외롭다는 것과 의롭다는 것은

한 자 차이거나 좀 더 되는 것 같아도

나는 같은 말이라 믿는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칙이 없지 않겠으나

세상이 때론 그런 것처럼



모른 척 넘어가다 들켜도 우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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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고 의롭기 쉽지 않거니와

의롭지 않은 외로움 또 어디에 쓰나

이렇게 생각하면 하루도 하늘만 같고

들숨도 날숨인 듯

너와 나 언제부턴가

그보다 더한 일과 같으니 이슬이 구슬 되고

구슬이 서슬 되는 내리막에도

외로운 길로 가면 절로 따라오는 뭣

외로움과 의로움이 한 방향인 걸 알았다. 때론 의로움에 점 하나 채워 외로움으로 읽고, 외로움에서 점 하나 떼어 의로움으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의로운 그에게서 외로운 그늘을 떠올리고, 외로운 너에게서 의로운 심연을 짐작하게 되었다. 외로움과 외로움이 연대하여 의로울 수는 없을까. 너와 나 이슬처럼 만나 구슬이 되는 것처럼, 구슬이 서슬 되는 내리막이 무섭더라도 함께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어 넘실넘실 바다로 갔으면 좋겠다. 바다도 바다의 외로움과 바다의 의로움이 있지 않겠는가. 외롭고 의로운 수평선 위로 계묘년 설날 아침 해가 떠오른다.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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