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지분 매각 협상 중인 국내 거래소 고팍스의 기업가치가 지난해(3700억원)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코인 거래소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이들 거래소 상당수는 지난 2021년 원화마켓 종료 이후 거래소 운영을 포기하고 인수처만 애타게 찾고 있는데 앞으로 매각 협상에서 더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와 고팍스는 기업가치 1000억~1500억 원을 기준으로 막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5월 고팍스가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며 인정받은 기업가치 3700억 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루나·테라 붕괴와 FTX 파산 등 여러 악재가 터지면서 암호화폐 기업 전반적으로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한 영향이 크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빗썸 운영사 빗썸코리아 역시 비상장 시장 주당 가격 기준 기업가치가 80% 가량 떨어졌다.
여기에 고팍스의 유동성 문제도 기업가치를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고팍스는 자체 암호화폐 스테이킹(예치) 서비스 고파이의 원리금 상환을 중단했다. 고팍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낸스와의 인수 협상 조건에 고파이 원리금 전체 상환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고팍스가 고파이 고객들에게 실제로 돌려줘야 할 금액이 외부에 노출된 정도보다 훨씬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바이낸스가 고팍스 인수 이후 해당 금액을 상환해야 하는 점이 인수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팍스의 기업가치 급락 소식에 중소 코인 거래소는 울상이다. 이들 거래소는 지난 2021년 특금법 시행 이후 원화 마켓 문을 닫으면서 거래량이 급감했다. 거래량이 사실상 0으로 수렴하면서 거래소 운영이 어려워지자 인수처를 찾는 사례도 급증했는데, 바이낸스-고팍스 인수로 암호화폐 거래소 기업가치 하락이 가속화할 수 있어서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고팍스의 몸값이 떨어진다면 다른 거래소들의 가치는 더욱 하락할 것”이라며 “울며 겨자먹기로 싼 가격에 매각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매각 이슈를 계기로 원화 거래 가능 여부의 프리미엄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4월 티사이언티픽에 매각된 코인마켓 거래소 한빗코의 기업가치는 400억 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8월 크립토닷컴에 인수된 오케이비트의 경우 인수 금액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100억 원대로 추정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팍스의 실제 거래량이나 시장점유율을 고려할 때 다른 중소거래소와 큰 차이가 있지 않다”며 “인수가격이 1500억원이라면 원화 거래 라이선스 값만 1400억원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거래소들이 원화 거래를 지원할 수 있는 은행 실명계좌 발급에 더욱 사활을 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