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제2의 머지사태' 될까…보고플레이 부채는 500억, 통장 잔고는 '0원'

19일 채권단 간담회 회생 방안 발표

누적 부채 526억원…615곳 미정산

류승태 대표 "채권단, 도와달라"읍소

류승태 보고플레이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타워에서 열린 채권단 간담회에서 회생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백주원기자류승태 보고플레이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타워에서 열린 채권단 간담회에서 회생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백주원기자




“플랫폼의 성장공식에 제가 안일하게 대응한 것 같습니다.”



류승태 보고플레이 대표가 19일 서울 역삼동 포스코빌딩에서 채권단 간담회를 열고 회사 경영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회생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입점사와 소비자, 다수 언론 등 100여 명 가량이 참석해 입장이 어려울 만큼 관심을 보였다. 일부 입점사들은 류 대표를 질타하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보고(VOGO)'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보고플레이의 누적 부채는 지난 달 말 기준 526억원으로 정산대금이 1000만원 이상 밀린 업체들은 300여 곳이 넘는다. 소비자들이 사용하지 못한 현금성 적립금은 12억원으로 사실상 보고플레이는 자금줄이 막힌 상태다.

회사 측은 투자금을 추가로 유치하고 판매 수수료 인상, 인원 감축 등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매달 늘어나는 적자로 단기간에 경영난이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보고플레이는 다음 달 까지 상품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계획이라 소상공인 피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류 대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달 간 154억원의 수익이 발생한 반면, 238억원의 지출이 발생했다. 보고플레이는 지난 10월부터 채무가 급격히 늘었다. 10월 말 기준 435억원이던 부채는 11월 486억원에 이어 500억원대까지 증가했다.
이는 매출을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마케팅을 한 결과였다. 매달 프로모션 비용으로만 약 170억원이 지출됐다. 보고플레이는 몸집을 키우기 위해 매달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면서 거래액을 늘렸다. 지난해 10월에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펼치며 비용과 수입이 크게 늘었으나, 11월부터는 비용이 늘어난 반면 매출이 줄어들며 부채가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회원 수는 100만명까지 늘었지만, 상품 판매 매출은 154억원에 불과했다.

관련기사



류 대표는 다음 달 재정비 후 플랫폼 수수료, 마케팅 광고 수익 등 경영전략을 바꾼다면 100억원의 수익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채권단의 반응은 싸늘했다. 2019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한 번도 영업이익이 흑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입점사 A씨는 “스타트업의 생태계가 저금리 시대에나 통했던 거고, 이제는 고금리 시대라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적자를 지속하며 프로모션을 한다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비판했다.

보고플레이가 입점업체에 지급하지 못한 물품 판매 대금은 336억원이다.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업체는 총 615곳. 미정산 대금이 5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인 업체가 137곳으로 가장 많았다. 1억 이상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업체는 77곳, 10억원 이상인 업체는 3곳이다.

보고프레이에 소비자들이 쌓아 놓은 현금성 적립금도 12억원을 상회했다. 보고플레이는 현재 적립금을 사용한 결제를 사실상 막아둔 상태다. 류 대표는 "11월 매출이 줄어들며 위기 신호가 있었지만 안일한 대처가 문제였다"며 "플랫폼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매출에만 집중한 것이 실패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플레이는 채권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파산이나 회생 절차 대신 최대한 자력으로 회사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 입점업체들이 △재입점 △이자 미지급 △가압류 금지 등에 협조하겠다는 동의서가 80% 이상 있어야 한다. 이를 시작으로 투자 자금 유치, 인수·합병(M&A) 등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입점업체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또 다른 입점사 B씨는 “보고플레이에게 정산받지 못한 대금이 10억원 수준인데 매달 내는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동의안 내용 자체가 사실상 협박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류 대표는 “외부 투자 유치가 시급한 상황인데 도와달라”며 “회생절차 없이 부채를 탕감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플레이는 삼성전자 출신 류승태 대표가 만든 회사다. 지난 2019년 10월 삼성전자 사내벤처 C-LAB으로 시작해 다음 해 독립 법인을 세웠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거래액 2300억원, 회원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5월 포스코기술투자, IBK기업은행, SK증권 등으로부터 11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 등 총 150억원을 투자받았다.


박시진 기자·백주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