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투자·종교 '집단광기' 부른 인간의 탐욕

■군중의 망상

윌리엄 번스타인 지음, 포레스트북스 펴냄

모방 본능·주변의 이야기가 사람들을 현혹

튤립·금융·닷컴버블 등 집단 광기로 나타나

인간은 합리적 존재 아닌 합리화하는 존재

분석력 키우고 지식 축적해야 실수 반복 안해

얀 브뤼헐(1601~1678)의 '튤립광풍에 대한 풍자화'는 원숭이들이 튤립을 주워담는 모습을 통해1640년대의 튤립 버블을 비꼬고 있다. /사진출처=프란스할스 뮤지엄얀 브뤼헐(1601~1678)의 '튤립광풍에 대한 풍자화'는 원숭이들이 튤립을 주워담는 모습을 통해1640년대의 튤립 버블을 비꼬고 있다. /사진출처=프란스할스 뮤지엄




아이작 뉴턴은 물리학 뿐만 아니라 금융에도 밝았다. 조폐국 감사로 25년 이상 재직하기도 했다. 그는 1711년 설립된 ‘남해회사(The South Sea Company)’를 눈여겨 봤다. 아프리카의 노예를 스페인령으로 수송해 이익을 얻는 노예무역 회사였다. 뉴턴은 1712년 남해회사 주식을 매수했고, 회사가 승승장구하던 1720년 매각해 상당한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매각 이후 주가는 더욱 치솟았다. 남해회사는 무역업이 지지부진한 틈을 타 금융업으로 변신했고, 당시 유동성이 넘쳐나던 중산층의 투자가 단숨에 쏠렸다. 뉴턴은 흔들렸고 인내심을 잃었다. 훨씬 높은 가격에 다시 주식을 매수했으나, 주가 폭락이 시작됐다. 그가 잃은 금액은 당시 돈으로 약 2만 파운드에 달했다. 위인으로 기억되는 뉴턴도 1700년대 금융 버블의 대표 사례인 남해회사 버블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한다.





튤립버블부터 금융버블, 닷컴버블 등 경제사에 기록된 ‘버블 열풍’은 인간의 집단 광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이론가인 윌리엄 번스타인이 인간 본능이 만들어낸 집단 광기의 흑역사를 최신 진화심리학 이론, 신경과학 이론을 접목해 들여다 봤다. 집필에 영감을 준 것은 1841년 영국 언론인 찰스 맥케이가 쓴 ‘대중의 미망과 광기’였다. 11세기 광란의 십자군 운동과 중세 종말론 사건부터 1630년대 네덜란드의 튤립 광풍 등 대중이 돈이나 종교에 비이성적으로 열광했던 사례들을 연구, 집필한 책이었고 단숨에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놀라운 것은 182년 전에 나온 책에 언급됐던 것과 유사한 금융시장의 광기는 반복되고 있다. 번스타인은 21세기의 시점으로 집단 광기를 재해석했다. 투자 세계에 입문하기 전 신경과 전문의로서 인간 심리를 분석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최신 신경과학 이론을 더하고 1990년대 닷컴버블과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 최신 사례를 넣어 입체감 있는 책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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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투자 광풍들은 얼개가 대부분 비슷했다. 저자는 그 안에서 두 가지 핵심을 추출한다. “모두에게 부를 안겨줄 것으로 회자되며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신기술이 첫째이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맹신이 둘째다.” 최근의 사례로는 가상화폐 투자 열풍을 들 수 있겠다. 코인값이 급등하자 사람들은 ‘지금이 아니면 영영 다시는 살 수 없다’고 굳게 믿으며 근거 희박한 투자에 몰두했다.

역사적 교훈을 분명 알고 있음에도 왜 사람들은 또다시 투자광풍, 종말론 광기에 빠져들까? 저자는 그 이유를 두 가지 인간 특성으로 분석한다. 하나는 ‘모방’의 본능이다. 인간은 자신이 고유한 생각을 갖고 산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주변의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고, 다수의 의견에 휩쓸리며, ‘확증편향’이 이를 더 견고하게 만든다. 지난 세기말에 등장했던 휴거론과 같은 종말론이 대표적 사례다.

또 하나는 ‘이야기’에 대한 동요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서사는 인간의 분석 능력을 저하시킨다. 세상의 종말에 관한 이야기나 쉽고 빠르게 부자가 된 소문이 특히 그랬다. 저자는 “이슬람국가(IS)가 부상하는 현실을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면서 “만일 근래 역사에서 종교적 광기의 양상을 보여주는 예가 있다면 바로 이 지점일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인다.

맥케이의 책보다 이 책이 더 흥미로운 것은 신경과학과 정신의학 매커니즘에 의한 분석 때문이다. 인간의 탐욕과 공포는 두뇌 중앙부에 대칭으로 존재하는 ‘변연계’가 관장하는데, 측좌핵과 편도체로 구성된 이 예측회로는 가지지 못한 것을 갖고 싶어 안달할 때 가장 극적으로 활성화 된다.

“인간이 합리성보다 ‘합리화’에 더욱 치중해왔다”는 한 문장이 광기의 원인을 압축적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광기의 역사를 15개의 장(章)으로 살펴본 후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의 독립적인 분석력 △개인의 경험 및 전문성의 다양화 △개인이 지식을 축적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4만20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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