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상태인 청년이 서울시에 최대 12만9000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서울시가 공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만 19∼39세 청년 중 4.5%가 고립·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청년 5513명과 청년이 거주하는 5221가구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및 심층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고립·은둔 청년 실태를 조사한 건 서울이 처음이다.
서울시는 생활고 등 위기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거나 가족 친척 외에는 대면 교류를 하지 않는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고립’으로 규정했다.
외출을 거의 안 하고 집에서 생활하는 상태가 6개월 이상 유지되고, 최근 한 달간 구직 활동이 없는 경우는 ‘은둔’으로 규정하고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고립·은둔 중으로 파악된 청년 486명 중 45.5%는 ‘구직에 어려움을 겪거나 실직했다’고 답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외부와의 관계를 단절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심리적 또는 정신적 어려움’(40.9%), ‘인간관계 형성의 어려움’(40.3%), ‘집 밖에 나가는 게 귀찮음’(39.9%)’ 등이 고립·은둔 생활의 이유로 꼽혔다.
고립·은둔 생활을 지속한 기간은 ‘1년 이상∼3년 미만’(28.1%)이 가장 많았는데, 10명 중 1명(11.5%)은 비외출 기간이 ‘10년 이상’이라고 답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돌봐주는 가족이 있을수록 외출을 안 하는 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고립·은둔 청년 중 18.5%는 정신건강 관련 약물을 복용 중이었다.
서울시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종합 지원정책을 올 3월 발표할 예정이다. 먼저 대학병원 및 뇌과학 진단 프로그램 등을 통한 상담을 확대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마음건강 비전센터’(가칭)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설립될 경우 센터에선 고립·은둔 초기 진단부터 상담, 사후관리까지 ‘원스톱’ 지원을 맡게 된다.
김철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장은 “고립·은둔 청년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당사자 중심의 정책설계가 필요해졌다”며 “이들이 사회로 나와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