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의도한 수요 감소와 이에 따른 물가 둔화 효과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에 이어 도매물가도 하락하고 소매판매 역시 연말 특수가 사라지면서다. 연준 관계자들은 다만 현시점의 경제 둔화가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꿀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8일(현지 시간) 미 노동부는 소매판매점들이 공급 업체에 지불하는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6.2% 상승해 전월(7.3%)보다 상승 폭이 둔화됐다. 연준은 이날 발간한 베이지북에서도 “12개 지역 연은의 설문조사 결과 많은 기업들은 가격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고 답했다”며 “임금 압력은 지역 전체에서 계속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소비 감소세도 뚜렷해졌다. 미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12월 소매판매는 6771억 달러로 월간 1.1% 줄어 전월(-1.0%)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전체 13개 업종 중 악기·스포츠용품(0.1%), 외식(0.0%), 건자재·조경(0.3%)을 제외한 10개 업종에서 판매가 줄었다. JP모건애셋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밥 미셸은 “매우 공격적인 통화정책이 경제를 강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2월 0.5%포인트 인상을 점치던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 앤드루 홀렌호스트는 “전망을 0.25%포인트 인상으로 수정한다”며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은 PPI 둔화로 0.25%포인트 인상 확률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연준은 다만 그 이상의 확대해석을 일축했다. 2월 기준금리 인상 폭은 논의 대상이지만 최종금리 전망치를 내리거나 금리를 조기 인하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가 5%에는 도달해야 한다고 본다”며 “갈 길이 멀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의 인플레이션에 대해 “좋은 신호”라면서도 “12월 CPI는 대부분 예상대로였다”고 평가했다. 이는 최근의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는 연준이 지난 FOMC 당시 예상한 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바꿀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는 “나는 지난 FOMC에서 최종금리 5.25~5.5%를 제시했다”고 공개하며 “이에 도달하기 위해 이번에 0.5%포인트 인상을 선호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