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바닥은 이미 나왔고, 2년 상승 사이클 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2021년 1월을 기점으로 약 2년 우하향했다. 동학개미들은 주식 계좌에서 눈을 돌린 지 오래다. 전망도 어둡다. 반도체 재고는 역대 최대고, 실적은 바닥이다. SK하이닉스는 올 한해 5조~6조 원대 적자가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적자는 아니지만 작년 대비 영업이익이 반토막 날 것이란 리포트가 나오고 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이때, 반도체 주식을 사야한다는 이가 있다. 조병준 신한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이다. 지난 17일 서울경제는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빌딩에서 조 본부장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 본부장은 지난해 1월 신한자산운용에 합류해 국내 주식 부문을 이끌고 있다. 그가 운용하는 자금만 4조 원에 이른다. 조 본부장은 트러스톤자산운용에 근무하던 2009년 당시 한 연기금 자금 5000억 원 운영을 시작으로 5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고 2013년 3조 원으로 운영 자금을 6배까지 늘렸다. 작년 9월 올 상반기 반도체 주가 반등을 예상했고, 로봇 테마의 선전도 미리 전망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 등 로봇 주식을 미리 매수해 상당한 수익을 거뒀다.
-연간 전망을 어떻게 보나?
△올해 2분기나 3분기에 경기 저점을 통과하리라 본다. 가치주 진영, 경기 민감주에 기회가 있다.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 제조업 중 밸류 매력이 높은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시클리컬 업종을 매력적으로 본다.
-구체적으로 업종을 꼽자면?
△반도체다. 2016~17년 당시를 떠올려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글로벌 경기선행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2016년 1월 바닥을 찍고 오르기 시작했다. 2018년 1월 피크 전까지 2년 동안 경기가 우상향했다.
이 기간 반도체 주가가 상당히 올랐다. 삼성전자 2.5배, 하이닉스 3~4배 정도 올랐다. 코스피 지수는 이 기간 2000포인트에서 2400포인트로 약 20% 올랐다.
이 시기를 주도한 종목이 반도체다. 그 다음이 철강, 조선, 은행, 증권, 금융주다.
현재 반도체가 작년 연말부터 오르고 있다. 오만전자 조롱을 받다가 6만 원대에 안착했다. 은행주는 올 1월 시작하자마자 20% 정도 올랐다.
-올해 주도주로 반도체를 꼽는 하우스가 많다. 역설적으로 다수가 좋다고 하면 시장 평균을 하회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반도체를 추천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가?
△반도체 사업 전망은 안좋다. 반도체는 올 한해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반토막, 하이닉스는 연간 적자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주가는 선행성을 띤다. 최악의 전망이 나올 때 주가는 바닥을 치고 반등한다.
OECD 글로벌 경기선행지수 16~17년 쭉 올라가고 18년 트럼프가 미중 무역분쟁 본격화하면서 그때 시장이 망가졌다. 코스피가 18% 정도 미국은 7~8% 정도 빠졌다.
현재를 진단해본다면 2021년 7월부터 OECD 글로벌 경기선행지수가 고점을 치고 하락하기 시작해서 올해 1월까지 하락했으니까 1년 반 넘어가는 상황이다.
경기침체는 평균 18개월 동안 온다. 기계적으로 대입하자면 거의 바닥권이다. 재고 수준을 보자면 재고가 작년 내내 급등하다가 이제 하향으로 돌아섰다. 재고 정점 시그널이 나온 것이다. 재고 정점은 통상 경기 바닥과 맞닿아 있다.
-반도체 지금 투자 들어가도 되나?
△바닥은 이미 나왔다. 2차 바닥이 1차 바닥보다 높을 것이다. 바닥 대비 10% 이상 높은 가격에서 사는 것 단기론 물릴 수도 있지만 중장기로 보면 결국 이기는 게임이다.
-이번 사이클은 얼마나 오래 상승하리라 보는가?
△못해도 2년은 본다. 다만 V턴해서 가는 게 아닌, 재고 레벨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라서 재고를 해소하는 기간을 감안해야할 것 같다. 여기서 이중바닥 삼중바닥 형태가 나올 수도 있다. 시간을 좀 녹이면 중장기로는 먹는 게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피해야 할 업종이 있다면?
△미국 빅테크 종목이 주가수익비율(PER)이 많이 낮아져 가치주화가 됐는데 당분간 추가 상승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본다.
2차전지를 다들 좋게 봐 왔기에 그 부분에 대한 얘기는 조심스럽지만, 작년부터는 2차전지 투자 비중을 줄여서 대응하고 있다.
역대 주도주가 100배 정도 오르면 목에 찬다. 2차전지 소재주인 엘앤에프 에코프로비엠이 100배 정도 올랐다. 삼성전자가 99년 피크 전에 5년 동안 100배 올랐다. SK텔레콤은 200배 올랐다. 2008년 차이나 버블 때 현대미포조선이 100배 올랐다. 셀트리온도 2009년 이후에 나스닥 바이오 인덱스 7배 오르는 중에 200배 상승했고 테슬라도 200배 상승 후 횡보 중이다.
작년에 2차전지 업체에 2025년 기준 멀티플 30배 정도를 주고 업사이드를 따져봤는데 크지 않았다.
-반도체 외에 좋게 보는 업종은 어느 곳인가?
△지난 10년 과소 투자의 시대였다면 향후 10년은 과잉 투자의 시대다.
미국은 엄청난 규모의 인프라 예산을 집행하는 중이고, 중동은 네옴시티부터 인프라 투자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건설주와 전력기기 관련 기업의 주가 흐름을 긍정적으로 본다.
-채권 투자는 어떻게 보나?
△미국채 10년물 장기물 기준으로 4.5%에서 3.5%까지 내려왔으니까 바닥권에서는 상당폭 랠리했다. 기준 금리가 2023년 올해 말에는 25bp(1bp=0.01%포인트) 정도 내릴 수도 있다. 물가가 3%까지 내려오는데 기준금리 5% 유지할 수 없다.
근데 시장금리가 10년물 기준으로 3.5%다. 장단기금리차 역전이 해소되리라 본다. 단기는 내려가고 경기 저점 통과하면 시장금리는 아래로 보는 것보다는 위로 보는게 맞다. 채권가격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채권 투자 적기가 지난 셈이다.
-안정적 수입을 원하는 투자자들은 여전한데, 채권 투자 말고 무엇을 권하는가?
△고퀄리티 고배당주다. 현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한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조건을 다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고배당주에 수혜가 몰릴 것으로 본다.
상장 리츠도 매력적이다. 상장 리츠는 작년에 엄청 빠져서 일드가 7~8%나오는데 기회다. 기초 자산들이 CBD, GBC, YDB 초핵심급지 오피스다. 글로벌로 봐도 상당히 안전한 자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