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올해 소비 트렌드 '짠물 속에서도 적당한 사치의 맛'

유로모니터 '2023 소비자 트렌드' 보고서

고물가에 엄격한 '예산 기획자'되는 소비자

소비자 75% "지출 안 늘린다" 절약모드로

기업 고객 리워드·한정 세일등 특전 중요해

코로나로 '지금 이순간' 강조…사치충동도↑

여성·Z세대 부상 '사회책임' 소비 영향 커져





고물가에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한국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치솟는 물가와 얇아진 지갑 탓에 올해 전 세계 소비자의 상당수가 ‘엄격한 예산 수립자(Budgeteers)’, 즉 ‘짠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시장조사 회사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이 최근 발간한 ‘2023 톱 10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소비 트렌드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로 ‘Budgeteers’가 꼽혔다.

유로모니터가 선정한 2023년 글로벌 소비 트렌드 톱 10/유로모니터유로모니터가 선정한 2023년 글로벌 소비 트렌드 톱 10/유로모니터


유로모니터는 매년 세계 100개국에 걸쳐 산업 전반 및 소비자에 대한 국제 시장 조사를 진행하고, 가을 전문가가 참여하는 워크숍을 진행해 이듬해의 소비 트렌드를 선정한다.

Budgeteers는 ‘예산을 짜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방만 운영을 막기 위해 불필요한 부분은 삭감하는 ‘엄격함’, ‘깐깐함’의 이미지가 강하다.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전 세계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 서베이에서 ‘향후 1년간 소비 계획'을 물은 결과 75%가 ‘지출을 늘릴 계획이 없다’(변화 없음 47%·감축 28%)고 답했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비자는 자기 돈의 흐름에 보다 신중하게 됐다”며 “물가 급등에 대항하기 위해 지출의 배분을 재고하거나 특정 쇼핑은 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에 대한 애착보다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찾고, ‘최저가’를 손에 넣기 위해 쇼핑 채널을 e커머스로 전환하는 등 소비에 있어 최우선 사항이 ‘절약’이 됐다는 것이다.

유로모니터가 지난해 1~2월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라이프 스타일 서베이(International Voice of the Consumer: Lifestyles Survey)에서 75%의 응답자가 ‘향후 1년간 소비 지출을 늘릴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자료=유로모니터유로모니터가 지난해 1~2월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라이프 스타일 서베이(International Voice of the Consumer: Lifestyles Survey)에서 75%의 응답자가 ‘향후 1년간 소비 지출을 늘릴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자료=유로모니터



압박감을 느끼는 것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소매업 관계자 66% ‘원재료 급등이 회사에 미친 영향이 컸다’고 했고, 55%는 ‘인플레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올렸다’고 답했다. 이 같은 환경에서 기업들이 가져가야 할 전략으로는 새로운 가격 정책과 비용 효율적인 옵션 등이 제시됐다. 그 예로 영국의 유아복 구독 서비스 ‘번들리(Bundlee)’가 유명 패션 브랜드 스텔라 맥카트니와 제휴를 맺어 아이 옷 구매에 부담을 느끼는 부모 소비자를 겨냥하고, 홈퍼니싱 리테일 기업 이케아(IKEA)가 패밀리 회원을 위한 특전 프로그램을 확충하는 한편, 특정 배송 옵션에서는 독점 할인을 제공하는 것 등이 언급됐다. 유로모니터는 “구매자에 대한 보상 프로그램이나 독점 판매. 한정 세일 등 특전 확대 등은 고객의 로열티를 유지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며 “타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개발도 자원 통합과 확대, 저렴한 상품 생산, 특별 할인 제공 등을 가능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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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아복 구독 서비스 ‘번들리(Bundlee)’는 유명 패션 브랜드 스텔라 맥카트니와 제휴를 맺어 아이 옷 구매에 부담을 느끼는 부모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다./사진=번들리 홈페이지영국의 유아복 구독 서비스 ‘번들리(Bundlee)’는 유명 패션 브랜드 스텔라 맥카트니와 제휴를 맺어 아이 옷 구매에 부담을 느끼는 부모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다./사진=번들리 홈페이지


흥미로운 점은 절약이라는 큰 흐름과 함께 ‘지금 이 순간(Here and Now)’을 중시하는 이른바 ‘사치하고 싶은 충동(The urge to splurge)’이 또 다른 소비 경향으로 제시됐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노출되며 많은 사람이 ‘내일을 걱정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보고서는 “가격은 여전히 (구매에 있어) 중요한 요소지만, 정서적 가치는 충동구매나 고가 쇼핑을 정당화하기도 한다”며 “사람들은 적당한 사치를 맛보고 기분 전환을 하거나 세상과 잘 조화를 이루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와 델타항공이 서로의 리워드 프로그램을 연계해 고객 로열티를 높이고, 여러 플랫폼에서 도입하고 있는 ‘선 구매 후 결제(Buy Now Pay Later)’ 시스템 등 유연한 지불 방법 제안이 이 같은 ‘지금 이 순간’ 소비 트렌드를 겨냥한 마케팅으로 소개됐다.

유로모니터는 2023년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생태계에 피해를 덜 주며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 ‘지속가능한 경제(Eco Economic)’를 꼽았다. 코로나 19로 이 같은 경향이 강화하면서 중고품 구매에 대한 소비자의 저항감이 크게 완화됐다./사진=유로모니터유로모니터는 2023년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생태계에 피해를 덜 주며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 ‘지속가능한 경제(Eco Economic)’를 꼽았다. 코로나 19로 이 같은 경향이 강화하면서 중고품 구매에 대한 소비자의 저항감이 크게 완화됐다./사진=유로모니터


지속가능한 경제(Eco Economic)를 추구하는 가치 소비 역시 지난해에 이어 2023년을 이끌 핵심 화두다. 코로나 19 이후 이 키워드는 인류에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고, 중고품 구입, 대여 상품 이용 등 녹색 소비에 대한 의식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의 34%가 ‘중고 상품 구매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고 답했고, 기업의 45%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가 향후 5년 회사의 전략적 우선 순위’라고 했다. 쓰레기 줄이기, 재활용·중고 활성화 등 친환경 소비는 에코 경제뿐만 아니라 ‘짠물 소비’와도 연결된다. 지출 줄이기에 나선 사람들이 ‘덜어낼 것을 덜어내는 과정’에서 고가의 신상품 구매 대신 중고 거래로 눈을 돌리면서 “돈과 지구를 아낀다(Save)”는 것이다. 이 같은 경향을 반영해 나이키는 자사 신발을 더 오래 신을 수 있도록 스니커즈 세척과 수선·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로봇(BILL)을 개발했으며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 ‘세인즈버리즈’는 폐기 식품을 줄이기 위해 ‘세인즈프리즈’라는 워크인 냉동고 팝업을 운영하며 냉동 가능 식료품을 소개하고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자사 신발을 더 오래 신어 쓰레기를 줄일 수 있도록 스니커즈 세척과 수선·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로봇(BILL)을 개발했다./사진=나이키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자사 신발을 더 오래 신어 쓰레기를 줄일 수 있도록 스니커즈 세척과 수선·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로봇(BILL)을 개발했다./사진=나이키


유로모니터는 이 밖에 △인간미 있는 자동화 △스마트 기기 스크린 타임 관리 △게임으로 엔터테인먼트 권력 이동 △일상 회복 △무리하지 않는 삶(워라벨) △여성의 부상 △세계가 하나의 무대인 Z세대 등이 올해 소비자의 주요 구매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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