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기간 가족·친구·지인 등의 발길이 닿지 않은 묘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매장 장례와 성묘 등 미풍양속이 점점 사라지면서 관리 없이 방치되는 묘지는 앞으로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방치된 묘지를 옮기거나 처리하는 역할은 땅 주인이나 시설 관리인 등 개인 부담으로 떠넘겨지고 있다.
24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묘지에 누가 묻혀 있는지, 관리인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무연분묘’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NICE디앤알과 함께 조사한 바에 따르면 18세 이상 일반 국민 중 조상의 묘지를 관리하는 국민은 57.4%뿐이었다. 특히 증조부모 묘지를 관리하는 사람은 16.7%에 불과했다. 조부모 이상 선대 조상 묘지를 돌보지 않는 비율이 80%를 훌쩍 넘는다는 의미다. 이마저도 묘지 자체를 돌보지 않는 인원이 늘면서 방치된 묘지는 더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무연분묘 현황을 정확히 알 수 있는 통계가 없다. 전문가들의 추정치만 존재한다. 사단법인 전국공원묘원협회 관계자는 “5년 전 재단법인 소속 공원묘원을 조사했을 때 전체 묘지의 약 31% 정도가 무연분묘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공원묘원은 처음에 묘지 관리를 맡겼던 연고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추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얼마나 있는지 모를 무연분묘는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현행 법에 따르면 설치 기간이 종료된 분묘에 대한 처리 기준은 있지만 공원묘원 내 연고자를 알지 못하거나 사실상 방치된 묘지에 대한 처리 규정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관리비 미납부에 따른 묘지 처리에 관한 규정도 없다.
장묘 공원 등에 속한 묘지는 시설 측에서 잔디를 정기적으로 깎아주는 등 일부 관리를 해줘 그나마 상황이 낫다. 개인 소유지 내 묘지는 풀이 무성히 자라 일반 땅과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방치된 경우가 많아 얼핏 보면 묘지라고 알아보기도 어렵다. 설 명절에 성묘를 다녀왔다는 김 모(51) 씨는 “설을 앞두고 산에 올라갔는데 잡초가 올라온 묘지가 너무 많았다”며 “일반 사람들도 많이 다니는 통행로인 만큼 버려진 묘지는 가지런히 정리를 하든, 이장을 하든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문제는 무연분묘 관리 부담이 개인에게만 떠넘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유지를 개발하거나 매매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무연분묘를 처리하는 역할은 오롯이 땅 주인의 몫이다. 이장 업체 관계자는 “산이나 밭 등 개인 사유지에 묻힌 무인분묘 이장 비용은 1기당 200만~300만 원 정도 들어가고 처리 기간은 100일에서 넉넉하게 4개월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며 “개인이 처리하기에는 법적 행정절차가 복잡한 측면이 있어 이장 업체가 주로 맡는데 보통 묘지 1기만 처리하는 것은 드물고 여러 기가 함께 있는 경우가 많아 비용이 추가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장사 시설 등을 관리하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무연분묘 관리는 현재 각 지자체에서 담당한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투입하는 예산이 다르고 관리도 제각각이다. 한국토지행정학회 관계자는 “무연고 묘지 정비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 목적에서 명시한 ‘국토 이용의 효율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무연고 묘지의 정비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