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文 알박기' 중기 기관장 여전히 82%…내년 말에나 완전 물갈이

■알리오 공시 임원 분석

기보 이사장 등 중기부 산하 11곳 중 9곳 前정부서 임명

연내 교체 가능한 곳 4곳뿐…전체 임원 49%도 '文의 사람'

尹정부 임기 절반동안 '불편한 동거'…국정 엇박자 우려 커져

이영(왼쪽)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해 말 새해 업무보고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8개월이 넘었지만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 곳곳에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인사가 포진해 새 정부 국정기조와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이영(왼쪽)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해 말 새해 업무보고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8개월이 넘었지만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 곳곳에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인사가 포진해 새 정부 국정기조와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장 82%가 여전히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임원이 18%에 불과하다 보니 중기 공공기관이 새 정부의 국정기조와 엇박자를 내거나 전문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인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서울경제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 공시 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장 중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가 전체(11명)의 81.8%인 9명을 차지했다. 현 정부가 출범한 후 임명된 임원은 2명(18.2%)에 그쳤다.

전 정부에서 임명한 9곳 가운데 4곳은 중기부 차관과 1급 출신이고 나머지 5곳은 청와대가 낙점해 낙하산 꼬리표가 붙은 인사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과 윤석열 정부 간 장기간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올해 안에 새 기관장을 임명할 수 있는 곳도 4곳에 불과하다. 게다가 올해 임명할 수 있는 기관장의 경우 상반기 중에 임기가 만료되는 탓에 공모와 대통령실의 검증 절차를 고려하면 하반기쯤 교체가 마무리된다. 나머지 5곳 기관장은 임기 만료가 2024년 하반기에 몰려 있다. 임기가 가장 많이 남은 곳은 중소·벤처와 소상공인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핵심 공공기관인 기술보증기금으로 공모와 검증을 거치면 2025년 초에나 기관장을 교체할 수 있다. 윤 대통령 임기의 절반이 지나서야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장 교체를 완료할 수 있는 셈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현 정부의 국정 동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액션을 하고 있지만 분명 한계가 있다”며 “기관장들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불편한 동거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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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산하 공공기관 전체 임원으로 넓혀 현황을 살펴봐도 절반가량은 전 정부 인사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임원은 전체(121명)의 48.7%인 59명을 차지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임명된 임원은 62명(51.3%)이다.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기관장 등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은 기술보증기금·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창업진흥원 등 준정부 기관이 5곳, 공영홈쇼핑·신용보증재단중앙회·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중소기업유통센터·중소벤처기업연구원·한국벤처투자 등 기타 공공기관 6 곳 등 총 11곳이다. 이들 11곳 공공기관의 기관장과 상임 이사·감사, 비상임 이사·감사 등 임원 수가 총 121명이다.

이처럼 현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임원이 51%로 절반을 가까스로 넘어선 수준이다 보니 새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며 공공 일자리를 늘렸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정책의 무게중심을 ‘재무 건전성 확보’와 ‘방만 경영 해소’로 옮겨 국정 목표가 달라진 만큼 임원들 스스로 거취를 고민하거나 서둘러 교체할 필요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감사원 출신으로 보증기금 같은 금융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통령 최측근으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거쳐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사정 업무를 총괄했다.

문재인 정부 말기에 임명된 김용문 창업진흥원장 역시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발탁된 지역혁신 전문가로 창업 인프라 체계화와 재창업 육성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전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임원들 가운데 핵심인 기관장 임기의 경우 1년 반에서 2년 가까이 남은 기관들이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김용문 창업진흥원장과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 이상훈 신용보증재단중앙회 회장은 2024년 5월에, 조성호 공영홈쇼핑 대표는 2024년 9월에,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2024년 11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3년 임기를 채운다면 윤석열 정부 5년 중 절반 이상을 함께하게 되는 것이다. 전 정부 인사들이 주요 공공기관을 장악해 정부 여당과 제대로 된 업무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는 “기관장이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사람들인데 내보낼 수도 없고 기관장들이 안 나가면 그만인 상황에서 현 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개혁 추진이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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