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산업의 인력 부족 문제는 세계 조선 시황이 개선되면서 국내 산업체들에 시급한 현안이 됐다. 올해만 1만 명이 넘는 인력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외국인 인력 확대가 추진되고 있지만 이 사안의 근본적 해법은 임금에 있으니 기업이 필요하면 인력 확보를 위해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조선 산업의 인력을 어떻게 장기적으로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고심과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선 업체들은 외국인 인력 확대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현재 추진 중인 동남아시아 인력의 채용은 사안의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지지부진하다가 최근 관련 기관과 정부 부처가 인원을 증원하고 신속한 행정 처리 노력을 하고 있어 올해 상반기부터 가시적 성과가 기대된다. 그런데 외국인 인력에 대해 걱정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외국인 채용이 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는 해당 국가 내부 문제다. 즉 행정 처리에 있어 우리와 같은 시급성이 없고 예상치 못한 요구들이나 인력 중개 업체들의 부적절한 사례들도 있었다. 그리고 국내 취업 후 조선 산업 이탈이나 숙련도 부족 등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특히 과거 외국인 인력을 겪어본 경험자들로부터 그런 의견을 많이 듣는다. 그렇지만 외국인 채용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조선업에 제법 도움이 될 것이다.
금번 외국인 인력 확대를 계기로 국내 제조업 인력 부족에 대한 근원적 문제도 생각해볼 일이다. 국내 인구 감소가 확연한 상황에서 제조업이 계속 생산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외국인 인력에 대해 우리보다 앞선 경험이 있는 일본이나 싱가포르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도 있다. 단기적으로 한두 해 시급한 상황을 모면하는 해법이 아니라 그들 중 우수한 인력들이 국내에 계속 남아 우리 산업 유지에 기여하는 제도도 생각해볼 일이다. 우호적 이민법으로의 전환은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이에 대한 숙고가 필요한 때가 됐다.
최근 조선소 임금은 계속 오르고 있다. 생산직 근로자의 일당 증가도 확연하다. 충분하지 않은 인력 풀 상황에서 산업체들이 납기를 맞추려면 별다른 선택이 없다. 그나마 최근 선가가 많이 오른 것은 조선소에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벌써 조선소들 간의 인력 관련 갈등이 일부 표출되고 있는 것은 우려되는 일이다. 많은 해양플랜트 건조 인력이 필요하던 10여 년 전 인력 중개 업체들이 조선소들을 옮겨 다니며 임금을 지나치게 올린 사례도 되새겨볼 일이다. 그리고 조선소들이 수지 타산을 맞추려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인데 현재와 같이 협력 업체가 생산의 주력인 구조에서는 생산성 향상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공장 자동화도 이러한 생산 구조에 대한 개선이 동반돼야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조선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인력이 실질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한시적으로 더 강도 높은 정책의 시행도 생각해봄 직하다. 민관 협의를 통해 조선 산업 종사자들이 더욱 실질적으로 체감할 세제 지원과 같은 정책적 방안들을 찾아낼 수 있다. 세계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