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소주 반 병


- 장인수


할망구 둘이 소주를 마신다.

두부 부침 4천원

참이슬 3천원

소주 한 병을 2시간 동안 마신다.

돈도 읎는디, 술 사줘서 고맙지라, 고맙지라

했던 말 수십 번 반복하면서

오래 사셔잉, 그랴, 그럽시다잉.

주거니 받거니

2시간을 마신다.

우정 변치 말자고



쭈그렁 손이 쭈그렁 손을 꼭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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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합 169년끼리

소주 반 병을 채 비우지 못한다.





두부 부침 하나, 참이슬 한 병으로 차린 술상이 참 풍성하기도 하다. 산해진미를 차려놓았다면 마음이 혀에 가렸을지도 모른다. 했던 말을 수십 번 반복한다는데도 중언부언이나 말치레로 여겨지지 않는다. 볼 발간 소녀가 할망구 된 세월을, 뱅어 같던 손이 쭈그렁 손 된 내력을 위무하는데 짧은 말 한 마디가 부족함이 없다. 저렇게 긴 술자리가 있나? 지난해 마시던 소주 반 병을 여태 비우지 못한 채 마당에 그어놓은 금 넘듯 한 해를 폴짝 뛰어넘는다. 시 속에 포착된 두 할망구들은 영원히 저 술병을 다 비우지 못할 것이다.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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