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日, 2나노 선점 '출사표'…정부·기업 '드림팀' 띄워 삼성에 도전

■日 라피더스, 48조원 투입

소부장 최강 日, 시스템반도체 눈독

업계 1·2위도 못 이룬 신기술 겨냥

700억엔 준 정부는 추가지원 계획

해외기업에 보조금 주며 공장 유치

美·中 등은 자국기업에 200조 투자

지원법 입법 안 되는 韓과 대조적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4일 미에현 이세시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4일 미에현 이세시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업계는 일본 드림팀 기업 ‘라피더스’의 최첨단 시스템 반도체 개발 계획을 허투루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했을 정도로 저력이 있는 국가인 데다 지금도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최강국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시장이 시스템 반도체 위주로 재편되는 상황을 기회로 삼아 과거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구축했던 압도적 위상을 다시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국 정치권이 이 같은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대기업 특혜라는 프레임을 씌워 딴지를 걸 경우 미국·중국·일본·대만·유럽에 시장을 내주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는 특히 라피더스가 최근 언급한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이 현재 업계 1위 TSMC와 2위 삼성전자(005930)조차 보유하지 못한 기술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앞서 TSMC는 지난해 12월 3㎚ 반도체 칩 양산에 들어간 데 이어 올해 2분기 2㎚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연구개발(R&D)센터를 건설하기로 했다. 1㎚의 경우 이르면 2026년 공장 착공, 2027년 시범 생산, 2028년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지난해 6월 3㎚ 반도체 칩을 가장 먼저 양산하고도 이후 공정부터 대만뿐 아니라 일본과도 경쟁해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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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더스는 나아가 기업들이 요구하는 최첨단 반도체를 맞춤형으로 신속하게 공급해 TSMC 등과 차별화한다는 전략까지 세웠다. 한국 기업처럼 메모리 반도체를 병행하는 게 아니라 첨단 반도체만 생산하는 고수익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고이케 아쓰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생산 공장 부지와 관련해 “물과 전기 등 인프라가 안정적이고 국내외 인재가 모이기 쉬운 장소를 검토하고 있다”며 “3월까지 최종 부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라피더스의 포부가 단순히 기업들만의 의지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점도 업계의 이목을 끄는 부분이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에 이미 700억 엔(약 6614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앞으로도 추가 자금을 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피더스는 이를 바탕으로 10년간 5조 엔(약 48조 원)을 투자해 2027년까지 슈퍼컴퓨터·자율주행차·AI 관련 반도체를 개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전략이 자국 기술 육성과 해외 기업 공장 유치라는 투트랙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관심사다. TSMC 역시 일본 정부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지원에 힘입어 구마모토현 공장 공사 기간을 5년에서 2년으로 대폭 줄였고 최근에는 일본 2공장 검토 사실까지 밝혔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현 공장 건설에 필요한 투자금 1조 2000억 엔(약 11조 3400억 원) 가운데 40%인 4760억 엔(약 4조 5000억 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최근 반도체 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국가는 비단 일본만이 아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자국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약 64조 원)를 지원하는 반도체지원법을 13일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중국은 반도체 기업의 공정 수준에 따라 법인소득세를 최대 100% 감면해주고 있다. 이어 앞으로 5년간 1조 위안(약 187조 원) 규모의 지원금을 반도체 산업에 쏟는 방안까지 준비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지난달 반도체 생산 확대에 430억 유로(약 59조 원)를 투자하는 법안에 합의하고 의회 승인 절차만 남겨뒀다. 대만 의회는 이달 7일 반도체 업체에 R&D 투자비는 25%, 설비투자는 5%까지 세액을 공제해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반해 한국 국회는 지난해 말 반도체 기업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6%에서 고작 8%로 인상하는 쪽으로 법안을 처리했다. 새해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로 대기업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을 다시 15%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업계 내에서는 야당 측 반대에 입법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윤경환 기자·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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