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실패하면 안 된다’는 심리가 있어 혁신과 도전이 쉽지 않아요. 산학연의 국가 연구개발(R&D)도 마찬가지지요.”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19일 진행한 서울경제와의 고별 특별 대담에서 국가 R&D 혁신과 관련해 “정부의 R&D 투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인데 연구 과제 심사 시 혁신적인 연구는 잘 채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사위원들이 과제 응모자가 ‘MIT 등 해외 유명 연구자가 시작한 것을 따라서 하겠다’고 하면 대체로 지원하지만 ‘이번 과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라고 하면 의심부터 하는 관행이 있다는 것이다.
오 총장은 “이제는 창의성·독창성을 보고 지원해야 한다”며 “인터넷이나 GPS 등이 처음 나올 때 남이 하던 것을 따라한 게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때를 회고하며 이스라엘은 정부 지원 연구 과제의 성공률이 40%를 넘으면 프로그램 설계가 잘못된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고만고만한 연구 성과를 거두며 90% 이상 성공 판정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일부 국회의원은 ‘성공률이 왜 100%가 안 되냐’고 질타하는데 이러면 오히려 세금 낭비를 부추기는 셈이라고 했다.
오 총장은 “대학도 임팩트 있는 연구에 도전하고 기술사업화를 장려해야 한다”며 “국가적으로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기업가정신으로 패러다임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에서 여전히 논문 위주의 관행이 남아 있고 속 빈 강정식 특허도 적지 않은데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