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단독] 롯데지원펀드 된 채안펀드…하이마트 물량도 받았다

1200억 모집에 1510억 주문

채안펀드 600억 주문… 미매각 면해

지원 받은 롯데그룹 채권 3000억





지난해 적자 전환한 롯데하이마트가 채권시장안정펀드의 도움을 받아 미매각을 겨우 면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말 신용등급까지 강등되면서 추후 채권 가격이 떨어질 것을 염려한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써 채안펀드가 인수한 롯데그룹의 회사채는 롯데건설(1200억 원), 호텔롯데(700억 원), 롯데렌탈(500억 원) 등 3000억 원 어치에 이르게 됐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는 12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이날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510억 원 어치 주문을 받았다. 800억 원 모집한 2년물에 910억 원이 들어왔으며 400억 원 발행하는 3년물에 600억 원이 모집됐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이 주관 업무를 맡았다.



채안펀드가 2년물 400억 원, 3년물 200억 원 어치를 인수했다. 채안펀드와 회사채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를 제외하면 인수에 참여한 기관은 삼성증권과 교보증권, 롯데손해보험 정도밖에 없었다. 특히 그간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가 평가한 기업의 금리) 대비 1bp(1bp=0.01%포인트) 정도 가산한 수준으로 인수 주문을 내던 채안펀드가 무려 30bp 가산금리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안펀드도 지원의 성격이 강하긴 하지만 결국 자산 운용을 통해 실적을 내야 하는 펀드인 만큼 보수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며 "(롯데하이마트는)지금 상황에선 그만큼 회사채 투자자들이 꺼리는 물건"이라고 전했다. 투자자들의 기피가 심화되면서 롯데하이마트의 회사채는 2년물의 경우 민평금리 대비 85bp, 3년물은 84bp 가산금리로 발행금리가 결정됐다. 각각 △5.336% △5.379%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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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회사채 시장에 조(兆) 단위 매수 자금이 몰리던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다. 서울경제신문 시그널이 집계한 것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 회사채 시장에는 2조3600억 원 모집에 총 21조7950억 원의 인수 자금이 쏟아졌다. 지난해 11월 말 178bp까지 치솟았던 회사채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차) 역시 12월 160bp선을 지나 25일 106bp선까지 빠르게 줄고 있다. 국채 대비 회사채에 대한 리스크를 낮게 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실적 부진에 따른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과 함께 롯데건설 발(發) 그룹의 유동성 리스크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하이마트의 신용등급은 'AA-', 등급전망은 '부정적'으로 한 단계만 내려도 'A'급으로 떨어진다. 금리가 약 50bp(시가평가 기준) 큰 폭으로 오르는 구간으로 채권 가격도 크게 떨어져 투자자의 평가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적 반등과 재무안정성 개선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비자들의 가전제품 구매 패턴이 변화했고 온라인 부문에서의 경쟁강도가 더욱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실적 부진으로 현금창출력이 약화됐고 오프라인 점포 경쟁력 개선을 위한 투자부담도 있어 현 신용등급(AA-)에 부합하는 수준의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규모 영업권 손상으로 부채비율이 떨어졌으며 추가적인 손상차손 인식으로 재무안정성 지표도 더 떨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롯데그룹의 유동성 관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말 건설 발 유동성 부족에 처했던 롯데그룹은 올 들어서만 회사채·CB(전환사채)·CP(기업어음) 발행, 유상증자, 자산 매각 등으로 약 4조 원 가량의 급전을 확보한 상태다. 현금 고갈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표면금리 8.48%(CB), 대출금리 12%(메리츠금융그룹 투자협약) 등 대부분 금리가 시중 대비 높은 수준이라 추후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 채권을 부담스러워하는 투자자가 여전히 많다"며 "롯데 계열사들이 줄줄이 연초에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도 채안펀드 지원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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