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 '이든(Idden, 홈페이지)'이란 브랜드를 알게 됐습니다. 대나무칫솔, 고체치약, 올인원 고체비누와 케이스 같은 '친환경 어메니티'를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그냥 대나무칫솔도 아니고 칫솔모 부분을 교체해서 쓸 수 있는 대나무칫솔을 만드는 브랜드라 인상깊었죠. 사람 생각이 다 비슷한지, 이든은 론칭 1년 만에 현대차(아이오닉), 롯데월드 같은 대기업들과 협업하면서 초스피드로 부상 중입니다.
그런데 제품 라인업을 살펴보다가 조금 아쉬운 점들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를 들어 '생분해' 칫솔모가 그렇습니다. 생분해 플라스틱이 생각만큼 빠르게 분해되진 못한다는 점, 이젠 지구용사님들은 다 알고 계실 겁니다. 그리고 고체 비누를 담는 케이스는 대나무와 알루미늄, 그러니까 복합소재로 만들어져서 재활용이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든을 만든 서스테이너블랩의 서선미 대표님께 직접 물어보려고 인터뷰를 청했습니다.
대나무인지 아닌지가 중한가요
서 대표님의 답을 요약해보겠습니다. "생분해플라스틱의 한계에 대해서 매우 동의해요. 정답은 아직 없는 것 같아요. 한번에 완벽한 솔루션이 나올 수는 없으니까 계속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어지는 거죠."
그 과정 속에서 대표님이 가지고 있는 계획은 이렇습니다. 우선 이든의 제품들을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해서 매출을 올릴 생각은 없다고 합니다. 대신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서 현지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 이든의 제품을 공급하고, 사용된 후에는 다시 수거해 재활용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 계획. 친환경 여행에 관심이 많은 강릉, 거창 등의 지자체와 실제로 논의 중이기도 합니다.
거창의 '사과이용연구소'와 사과 부산물을 이용한 바이오플라스틱 개발을 추진 중이란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어떻게 사과로 더 나은 플라스틱을 만들 생각을 하셨는지, 서 대표님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이름부터 행복하고 귀여운 사과이용연구소 관련 기사는 여기)
"음식 부산물을 활용하는 순환구조를 만들고 싶었어요. 커피박, 맥주박도 있긴 한데 부산물을 모으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경상남도에서 사과를 연구하시는 공무원 분을 알게 됐고 '우리가 제품 개발을 할 테니 부산물 수거를 도와달라'는 요청에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지자체들도 의지가 강하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
예를 들어서 이런 식입니다. 커피의 도시 강릉에서 조달한 커피박으로 친환경 어메니티를 만들고, 그 제품을 강릉의 여러 숙박업소에 공급하고, 다시 수거해서 재활용하는 것. 서 대표님은 "그냥 샴푸바라면 온오프라인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음식 부산물을 활용하는 순환구조를 만들어보고 싶다"면서 "계속 실험하면서 어디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볼 생각"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무도 썩어 없어지는 데는 60년, 100년이 걸리거든요. 고궁에 있는 목재 건물들이 멀쩡한 것만 봐도 그렇고요. 얼마나 빨리 썩느냐보다는 미세플라스틱이 남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몇 개월 만에 분해되는 플라스틱이라면 내구성이 약해서 문제일 것이고요. 물론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고 그린워싱을 피해야겠지만 단순히 플라스틱이면 큰일난다, 생분해는 나쁘다는 식은 아니라고 봐요. 저는 특정 소재에 얽매일 생각은 없어요."
“그냥 예뻐서 샀으면 좋겠어요”
이런 큰 그림을 그리면서도, 서 대표님은 제품의 '예쁨'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친환경은 우리가 열심히 할 테니까, 소비자들은 그냥 예뻐서 샀으면 좋겠다"고요. "우리가 비건이니까, 팜오일(의 문제점은 여기)을 안 쓰니까 사달라는 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많은 친환경 브랜드가 사라진 이유겠죠. 이든은 마이너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환경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살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어서 꾸준히 성장하는 브랜드인데 알고 보니 심지어 친환경이라니, 얼마나 좋을까요. 순간 마음이 든든해졌습니다.
그리고 서 대표님 말씀이 더 든든했던 이유, 서스테이너블랩은 이든 제품이 한 개 판매될 때마다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에 나무를 한그루씩 심고 있습니다. 서 대표님은 이든을 만들기 전까지 친환경 관광 컨설팅 분야에 종사하고 있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출장을 다니다가 플라스틱 잔뜩인 숙소 어메티니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고, 이든을 만들어서 1년 만에 여기까지 온 거죠. 추진력에 감탄했습니다.
서스테이너블랩은 이제 외부협력을 논의할 때 견적서 0번 항목으로 "나무를 몇 그루나 심을 수 있을지"부터 제시한다고 합니다. 이든과 손잡는 협업사 모두가 나무를 심도록 말입니다. 그렇게 조달한 예산을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의 세코니얼 마을에 전달하면 어떤 나무를 심을지 현지에서 결정. 아무래도 파파야, 구아바, 두리안 등등 경제성 높은(=열매를 팔 수도 있고, 야생동물이 먹기도) 나무를 많이 심는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일자리도 생기는 것은 물론입니다.
서스테이너블랩의 큰 그림과 에너지 넘치는 답변 덕에 많은 의문을 풀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곳곳에서 각자의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지구용사님들이 서 대표님 인터뷰에 힘을 얻어가길 바랄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