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단속 중이던 경찰들이 흑인 운전자 타이어 니컬스(29)를 잔인하게 구타해 숨지게 한 사건으로 미국 전역이 들끓고 있다. 반복되는 공권력 횡포에 항의하는 시위가 도심 곳곳에서 벌어졌고 조 바이든 대통령도 분노를 표출하며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28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멤피스 경찰은 이날 니컬스 구타에 연루된 경찰 5명이 포함된 특수팀 ‘스콜피언 부대’를 영구 해체한다고 발표했다. 니컬스를 폭행한 경찰들은 모두 흑인이었으며 2급 살인과 납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앞서 전날 저녁 공개된 1시간여 분량의 ‘보디캠’에는 이들이 어머니를 찾으며 울부짖는 니컬스를 폭행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니컬스는 난폭 운전 혐의로 체포된 후 도주하다 다시 잡혀 집단 구타를 당했다. 이 과정에서 테이저건과 페퍼스프레이도 동원됐다. 하지만 멤피스 경찰 측은 공개된 영상에서 그의 난폭 운전 혐의를 찾기 어려웠다고 추후 밝혔다. 희소병인 크론병을 앓던 니컬스는 체포된 뒤 호흡곤란을 호소해 병원에 실려갔으나 이송 사흘 만에 신부전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의 어머니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들은 거의 사망 상태였다"며 “그들은 아들을 가혹하게 구타했다. 온몸이 멍투성이였고, 머리는 수박만큼 부어올랐으며, 목은 부러졌고, 코는 'S'자로 휘었다”고 전했다.
잔인한 영상이 공개된 후 미국 내에서는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순찰차에 뛰어올라 앞 유리를 부수고 시위 도중 경찰의 얼굴을 때린 혐의로 체포됐다. 사건이 발생한 멤피스에서는 시위대 때문에 인근 고속도로 운행이 잠시 중단됐고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시위가 발생해 무장경찰이 배치됐다. 2020년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했을 때처럼 전국적인 시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니컬스의 죽음을 초래한 구타 장면이 담긴 끔찍한 영상을 보고 격분했으며 깊은 고통을 느꼈다”며 “검은색이나 갈색 피부를 가진 미국인들이 매일 겪는 공포와 고통, 상처와 피로감을 되새기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폭력은 불법적이며 파괴적이라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평화로운 시위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