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500선에 바짝 다가섰다. 단기 급등이라던 증권가의 전망이 무색할 만큼 외국인의 자금이 물밀 듯이 들어오면서다. 올해만 7조 원 가까이 사들인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10년 내 최대 규모다. 기준금리라는 불안 요인이 안정화되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증시는 삼성전자(005930)의 기업설명회와 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있다. 두 ‘빅 이벤트’의 향방에 따라 증시의 반등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주 코스피 지수는 직전 주 대비 88.76포인트(3.71%) 오른 2482.02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1월 중 4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상승세를 보이면서 11% 넘게 올랐다. 27일 장중 2497선까지 오르면서 2500선을 넘보기도 했다. 코스닥 역시 상승세를 함께 했다. 전주 대비 23.23포인트(3.24%) 오른 741.25로 장 마감했다.
외국인의 수급이 지수 상승을 주도하는 양상이 지속됐다. 외국인은 지난주 3거래일 동안 코스피에서만 2조 5581억 원을 순매수했다. 기관도 4907억 원을 사들이면서 힘을 더했다. 반면 개인은 3조 235억 원을 순매도하면서 적극적인 차익 실현에 나섰다. 외국인은 이달만 7조 원에 가까운 순매수세를 나타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하나증권은 코스피 내 외국인 비중을 고려했을 때 자금이 추가 유입될 수 있으며 이때 코스피가 2600선에 다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외국인 자금 유입은 신흥국 비중을 늘려가는 과정에 비롯됐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공격적인 순매도세를 보였던 외국인이 신흥국 투자 비중을 늘리기 위해 전략적으로 한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만 시장에서도 외국인투자가들의 주식 순매수가 45억 달러(5조 5000억 원) 관찰됐다”며 “연초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수로 주식시장의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데, 전술적 배분 차원에서의 주식 매수일 경우 추세적인 매매가 이어질 수 있으며 1분기 중 추가 매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의 눈은 이번 주로 쏠리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반도체주를 집중 매수했다. 삼성전자만 2조 5373억 원을 사들였고 SK하이닉스(000660)도 6213억 원을 순매수했다. 반도체를 사들인 배경에는 메모리반도체 업황의 반전이 공급사들의 감산에 힘입어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감산은 없다고 못 박은 삼성전자가 불가피하게 공급 조절을 해야 하는 시기이며 꼬이고 꼬인 반도체 수급이 해결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자금이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유입된 만큼 기업 설명회에서 감산이나 공급 조절의 힌트를 발견할 경우 종목들의 주가뿐 아니라 지수가 전체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2월 FOMC도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결국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일 수 있는 이유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됐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3월 FOMC 이후에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달러는 꾸준히 약세를 지속했으며 이는 신흥국에 대한 투자 유인으로 작용했다. 있다. 27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231.3원에 마감했다. 장중 1227원선까지 내려섰는데 이는 지난해 4월 18일(1229원5전)이후 9개월 만의 처음이다. 미 긴축 완화 기대에다 중국의 리오프닝, 유로화 강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금리인상 여부는 이미 정채진 채 사실상 인상 폭만 논의했던 과거와는 달리 향후 FOMC에서는 매 회의마다 인상 여부가 논의될 것”이라며 “미국 경제지표의 둔화 추세를 감안하면 향후 3월까지 임금 및 물가지표가 발표되는 과정에서 추세적인 둔화에 대해 FOMC 참여자들이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망의 리스크는 5월에 1번의 25bp(1bp=0.01%) 인상이 추가되는 건데, 5월 이후까지 금리인상 사이클이 연장되는 것이 아니라면 금융시장 반응의 차이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005940)은 이번 주 코스피 예상 범위로 2400~2530을 제시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외 자산의 단기 차익실현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며 “코스피가 박스권 하단에 가까운 지점에 있을 때는 투자자들이 긍정적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면, 박스권 상단에 가까운 시점에서는 부정적 요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