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파트의 대체재로 인기가 높았던 오피스텔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서울 주요 입지에서 청약에 나선 오피스텔 단지는 대부분 기대 이하의 흥행 성적을 냈으며 이에 시행사들은 분양을 아예 미루는 길을 선택해 공급 물량이 크게 줄었다. 시중은행 평균 대출금리가 5%대에 달하는 가운데 오피스텔 수익률은 이보다 낮아 투자자들과 시장에서 외면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25~26일 청약을 접수한 서울 광진구 구의동 ‘구의역 에떼르넬 비욘드’ 오피스텔은 75실 모집에 36명이 지원해 39실이 미달됐다. 공급된 5개 주택형 모두가 미달됐으며 특히 이 가운데 가장 넓은 주택형인 전용 47㎡는 15실 모집에 1명만이 청약했다. 이달 초 구로구에서 분양한 ‘가산 라티 포레스트’도 70실 모집에 28명만이 지원해 42실이 미달됐다. 이들 단지는 주택형 모두를 방 두 개 이상으로 구성해 한때 인기를 끌었던 ‘아파텔(아파트와 유사한 평면 구조의 오피스텔)’ 형태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2년 전만 해도 오피스텔은 아파트의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시장 호황기였던 2021년 1월 분양한 서울 중구 황학동 ‘힐스테이트 청계 센트럴’은 모집 가구 수가 522실로 물량이 많았지만 청약 인원은 그보다 많은 6640명에 달하면서 평균 경쟁률 12.7 대 1을 기록했다. 2021년 11월께 분양에 나선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답십리역 지웰에스테이트’ 또한 144실 모집에 5783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40.2 대 1을 나타냈다.
이 같은 시장 변화의 원인으로는 빠르게 치솟은 금리가 꼽힌다. 오피스텔은 본인이 거주하기 위해 분양받는 경우도 있지만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청약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한국부동산원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1년 3월만 해도 오피스텔 수익률은 4.77%로 시중은행 평균 대출금리 2.77%를 2%포인트 웃돌았고 같은 해 12월에도 둘 간의 격차는 약 1.5%포인트였다. 은행에 예금하는 것보다 대출을 받아 오피스텔을 사 임대 수익을 받는 것이 이득이 되는 구조였다. 그러나 2022년 12월에는 대출금리가 5.56%까지 오르면서 오피스텔 수익률 4.84%를 앞질러 오피스텔을 분양받는 것이 불리해졌다.
현 정부가 아파트에 대한 규제를 대거 풀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했던 오피스텔의 이점이 줄어든 것도 인기가 낮아진 이유다. 윤석열 정부 출범 시기인 지난해 5월만 해도 전국 규제지역은 투기과열지구 49곳, 조정대상지역 112곳 등 총 161곳에 달했지만 이후 정부가 순차적으로 규제지역을 해제해 현재 남은 곳은 4곳에 불과하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을 받기 쉬워지고 분양권 전매 제한 등 각종 규제가 완화된다.
청약자들이 오피스텔 청약을 꺼리면서 사업 시행자는 오피스텔 분양을 미루는 모양새다. 부동산R114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 전국 오피스텔 분양 물량은 1만 146가구로 2021년 하반기 물량인 3만 4359가구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을 공급하는 한 대형 디벨로퍼(시행사) 관계자는 “분양을 해도 저조한 성적을 거둘 것이 확실시되면서 오피스텔 분양을 다들 미루는 분위기”라며 “분양이 미뤄지면서 결국 오피스텔 개발을 목적으로 매입한 용지를 되레 시중에 내놓는 사업자가 올해 중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