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여명] 은행, 주말 영업을 늘려라

[김현수 금융부장]

대면업무 보려면 반나절 걸리는데

금융노조는 영업시간 정상화 반대

토·일에도 문여는 탄력점포 확대 등

금융 소비자들 위한 논의 우선돼야





거의 모든 은행 업무를 인터넷으로 한다면 와닿지 않겠지만 뭔가 문제가 생겨 은행을 방문해야 한다면 정말 많은 인내를 요구한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기만 30분. 시시콜콜한 안내와 개인정보동의 등에 각종 서류 작성을 하다 보면 20~30분은 후딱 지나간다. 한군데에서 해결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대출 등 두세 군데 은행을 들려야 하는 업무라면 직장인은 하루 휴가를 내거나 반차를 내야 한다. 은행원들이 게으르거나 업무에 미숙하다는 게 아니다. 그만큼 대면 업무가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코로나 시국 1년 6개월 동안은 영업시간마저 단축됐다. 은행 업무가 힘들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며 은행 영업시간이 정상화됐다. 하지만 금융노조는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사 합의가 없었다는 명분이 스스로도 약했던지 ‘밀폐된 공간이 위험하다’ ‘정치적인 편 가르기다’라는 이유를 들어 사용자단체를 업무방해로 고소하고 영업시간 정상화에 가처분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좀 솔직해지자. 20일 금융노조는 보도 자료를 통해 은행 영업시간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앞서 말했던 노사 합의와 정치적 편 가르기 외에 노조는 ‘미래 논쟁’이 빠졌다고 밝혔다. 미래 논쟁은 바로 주 4.5일제 근무다. 지난해 9월 금융노조의 파업 이슈가 여전히 금융노사 태스크포스(TF)에서 살아있었던 것이다. 주 4.5일제 근무는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의 연임 공약이기도 하다. 금융노조는 코로나 영업시간 단축을 주 4.5일제 시행으로 이어가겠다는 복안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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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은행의 주 4.5일제는 이미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 평균 연봉 1억 원 안팎인 은행원들의 이기심에 등을 돌렸고 내부에서도 5대 은행 파업 참여율 0.8%로 답을 받았다. 물론 은행원들의 업무 강도가 약하다는 건 아니다. 4시 폐점 이후 업무가 시작된다고 할 정도로 고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점심시간 1시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점도 힘든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도 염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에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자빠지고 대출이자에 서민들이 허덕이는 사이 은행은 이자 장사로 돈방석에 앉았고 은행원들은 연봉에 두둑한 성과급으로 잔치를 벌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노조도 높은 연봉과 성과급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인정한다. 비록 일회성에 그치기는 했지만 2018년 코로나19 확산 당시 맺은 임금·단체협약에서 노조는 임금인상분(1.8%)의 절반(0.9%)을 사회연대기금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번 기회에 금융노사가 좀 더 생산적인 접근을 했으면 한다. 금융 소비자들의 반감을 사는, 그리고 아직 무르익지 않은 주 4.5일제보다는 은행 내 존재하는 저임금 직군 격차 해소 등 당장 은행원들이 느끼는 불평등 구조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노동시간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주말 근무를 포함한 유연근무제, 은행들 간 점포 통합 등 금융 소외 계층 대책 등 금융 소비자를 위한 논의가 우선 돼야 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오픈하는 탄력 점포를 늘려야 한다.

여기에 하나 더, 노조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노조가 금융지주회장 등 금융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기웃거리는 행태는 철폐돼야 한다. 어느 산업군에서도 CEO 선임에 노조가 ‘감 놔라 대추 놔라’ 참견하지 않는다. 주인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기웃대지만 은행들도 주주가 있고 이사회가 있다. 해묵은 관치 논란도 결국 후보의 자질보다 누가 돼야 밥그룻을 더 챙길 수 있을지에만 혈안이 돼 있는 노조의 꼴불견이 만들어낸 지나간 옛 노래가 아닌가 싶다. 관료 출신 CEO가 취임할 때마다 반복되는 출근 저지 쇼는 이제 지겹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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