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을 살피고 있는 검찰이 조 회장과 친분이 깊은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가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재벌가 오너 간 결탁을 통한 ‘검은 거래’가 있었는지에 수사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1일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조 회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배임) 위반 등 혐의와 관련해 한국타이어와 극동유화 계열사 간 거래 내역과 경위, 자금 흐름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극동유화 계열사에 한국타이어의 각종 사업을 발주해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우선 극동유화 계열사인 우암건설이 한국타이어의 공사를 다수 수주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우암건설은 한국타이어의 △헝가리 공장 확장 공사(2013년) △아트라스BC 전주공장 증설 공사(2013년) △금산공장 압연동 증설 공사(2014년) △대전 소재 중앙연구소 테크노돔 신축 공사(2014년) △판교 신사옥(2017년) 등 공사에 참여했다.
특히 테크노돔의 경우 공사비만 2666억 원에 달해 당시 도급 순위 2000위 밖이었던 소형 건설회사인 우암건설이 입찰을 따낸 것을 두고 적잖은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우암건설이 공사 과정에서 아무 역할을 하지 않고도 ‘끼워 넣기식’ 계약을 체결해 공사비를 타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극동유화의 또 다른 계열사인 세영TMS와의 거래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장 대표가 2014년 인수한 세영TMS는 한국타이어에 타이어몰드를 납품 중이다. 조 회장은 자신이 29.9%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MKT(한국프리시전웍스)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데, 검찰은 내부 거래 비중을 줄일 목적으로 한국타이어가 세영TMS를 거래처로 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세영TMS는 한국타이어가 MKT의 타이어몰드를 비싼 값에 사들이는 가격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함께 수혜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 회장과 장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인연을 바탕으로 단순한 사업 파트너 이상의 관계를 구축해왔다. 두 사람은 2008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코스닥 상장사인 앤디코프 유상증자에 참여한 뒤 시세 차익을 얻은 혐의로 나란히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또 한국타이어는 극동유화의 2대 주주로 있고, 조 회장은 우암건설의 자회사인 우암디앤아이의 주주로 이름을 올리는 등 양측은 사업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관계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극동유화 측에 사업을 몰아준 대가로 조 회장이 거둔 개인적인 이익이 있는지와 이 과정에서 장 대표가 개입했는지 등을 살필 방침이다. 장 대표의 개입 정황이 드러난다면 횡령의 공범 및 배임수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앞서 검찰은 조 회장의 회삿돈 사적 유용 의혹을 수사하면서 장 대표의 친형이 운영하는 수입차 업체인 고진모터스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