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 모 씨는 1일 오후 서울 종각역에서 신사역까지 택시를 탔다가 깜짝 놀랐다. 평소라면 9500원 정도였던 요금이 1만 1500원으로 껑충 뛰어서다. 김 씨는 “영업 부서에 있어 교통 체증이 덜한 낮 시간에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앞으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하철을 타야 할 것 같다”며 “뉴스를 보니 지하철 요금도 4월부터 오른다고 나와서 교통비 걱정에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4년 만에 택시 요금을 인상하고 4월부터 지하철과 시내버스 기본요금도 300원 이상 올리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최근 난방비와 전기료, 식료품값까지 줄줄이 인상되는 가운데 대중교통 요금까지 덩달아 뛰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은 더욱 가파를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중형 택시 기본요금이 이날 오전 4시부터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26%) 올랐다. 기본 거리는 현행 2㎞에서 1.6㎞로 줄어들었고 거리당 요금은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시간 요금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각각 조정됐다. 택시 요금 미터기가 더 빨리 오르기 시작하고 오르는 속도도 더 빨라진 것이다.
요금 인상에 따라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는 당분간 승객들이 택시를 기피하면서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하철·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이른 새벽 시간이나 밤늦은 시간의 이동과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들 역시 요금 인상이 불만이다. 이날 택시를 이용한 승객들 사이에서는 요금 인상을 실감하면서 가급적 택시 대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올 4월에는 택시에 이어 2015년 이후 8년 만의 지하철·시내버스 요금 인상도 예정돼 있다. 서울시는 이달 10일 공청회를 개최하고 시의회 의견 청취, 물가대책위원회 심의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인상 폭은 300∼400원이 거론된다.
서울시는 지하철 적자의 주요 원인인 무임승차 손실에 대한 정부 지원이 없다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잇단 공공요금 인상이 서민들의 가계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30일 기자 간담회에서 “기획재정부가 생각을 바꿔 올해 중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을 지원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한다면 대중교통 요금 인상 폭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에서도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대한 해법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대중교통 적자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어 서울시의 요금 인상안이 철회되거나 인상 폭이 줄어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1980년대부터 지속되고 있는 무임승차 기준 연령을 만 65세에서 높이거나 무임승차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며 “하지만 다른 노인 복지 제도와의 연계, 정치적 부담과 같은 문제 때문에 중앙정부와 정치권 모두 제도 개선에 나서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