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녹색 보조금’ 두고 벌써 내분…美 IRA에 대응하다 갈라지는 EU

"친환경 산업에 보조금 확대"

집행위 '그린딜' 계획 공식화

내주 정상회의 핵심의제 다뤄

경제력 큰 소수국에 편중 우려

재원 마련 문제에도 입장차 커

전기차보조금 美와 1000弗차

"기존 정책으로 충분" 지적도

사진 설명사진 설명




유럽연합(EU)에서 역내 친환경 산업에 대한 보조금을 확대하는 ‘그린딜’ 계획을 놓고 분열 조짐이 일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앞세운 미국의 보조금 공세에 맞서 자국 산업 유출을 막겠다는 의도와 달리 회원국 간 보조금 지급 불평등이 일어나는 등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1일(현지 시간) EU 보조금 지급 규정 완화와 지원 절차 간소화를 통한 탄소 중립 분야 집중 지원, 세액공제 혜택 확대를 골자로 한 ‘탄소 중립 시대를 위한 그린딜 산업 계획’ 추진을 공식화했다. 또 청정기술 투자 목적의 유럽국부펀드를 신설하고 제3국과 원자재 공급망 ‘동맹’을 맺는 ‘핵심원자재클럽’ 결성도 추진한다. EU는 이달 9~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되는 정상회의에서 그린딜 계획을 핵심 의제로 올려 세부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하지만 EU의 속사정은 복잡하다. 그린딜 계획은 미국 IRA의 대항마이자 중국 보조금 공세에 대한 EU 차원의 대응이지만 핵심인 보조금 확대를 두고 벌써 회원국 간 입장 차가 벌어지고 있다. 과거 보조금이 경제력이 큰 소수 국가에 편중되는 경향이 뚜렷했다는 점에서 그린딜 보조금 지급에서도 이런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EU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 편성한 보조금 총 6720억 유로(약 904조 원)의 절반이 넘는 3560억 유로가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 몰렸고 프랑스가 24.1%를 가져갔다. 27개 EU 회원국 가운데 상당수의 전쟁 보조금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재원 마련도 문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지난해 3분기 현재 평균 93%로 이탈리아(147.3%), 프랑스(113.4%), 스페인(115.6%) 등 경제 규모가 큰 나라들의 부채 비율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녹색보조금’에 쓸 정부 지출을 확대할 경우 EU의 재정 악화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과 네덜란드 등 보수적인 재정 정책을 펴는 회원국들은 부채 발행 등 추가 차입에 매우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유럽의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9%를 넘는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도 차입 확대에 큰 부담이다.

각국의 입장 차이로 세부 협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당장 스웨덴과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들은 그린딜 계획이 회원국 간 보조금 확보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EU의 단합을 해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그린딜 계획으로 EU가 분열하면) 아기를 씻긴 후 목욕물과 함께 아기까지 버리는 꼴”이라고 경고했다.

EU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2021년에 내놓은 ‘핏포55’ 등 기존 정책으로 이미 친환경 보조금이 시장에 넘치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상당하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EU 전역에서 지출된 재생에너지 보조금은 2020년 이미 810억 유로(약 109조 원)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EU 싱크탱크 브뤼겔과 유럽자동차산업협회가 조사한 결과 현재 EU 내에서 전기자동차 1대를 구매할 때 소비자가 받는 보조금은 6500달러로 미국이 IRA로 지급하는 전기차 1대당 보조금 7500달러와 큰 차이가 없다.


조양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