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 문제있다면 주주설득이 우선" ['주인없는 회사' 스튜어드십 논란]

"투박한 官治, 외국인에 부정적

막연한 압박은 경영 옥좨" 비판


금융 당국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의결권 행사를 통한 기업 경영 참여)를 강화해 금융지주와 포스코·KT(030200) 등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개선할 뜻을 비치면서 ‘관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CEO 연임 절차에 문제가 있다면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명확한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고 주주들을 설득하면 될 일인데 막연한 스튜어드십을 앞세워 민간기업 CEO들의 거취 표명을 압박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2일 금융권과 재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분 분산으로 대주주가 없는 기업의 CEO 선임 등 기업 지배구조를 손보겠다는 뜻을 공식화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의 경우 이미 임원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등 지배구조를 개선한 상황에서 정부가 CEO 선임 절차 등에 관여하려는 것은 ‘관치 금융’이 본격화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따라 금융사 CEO를 포함한 임원은 임추위에 참여해 자신을 임원 후보로 추천하는 ‘셀프 연임’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추천하는 임추위에도 CEO가 참여할 수 없다. 임추위의 3분의 2 이상(현행 과반수)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의무화해 임추위의 독립성도 강화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강조해온 지배구조 개선 방안은 이미 대부분의 금융지주들이 실천하고 있는 내용”이라면서 “금융사 CEO 선출 과정에서 현직 CEO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개입되지 않도록 CEO는 임추위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재계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금융지주사 등 금융권을 넘어 KT·포스코 등으로도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하지만 포스코는 2000년, KT는 2002년에 민영화된 글로벌 기업이다.

관련기사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단체인 한국ESG 기준원에서는 KT의 지배구조 부문에 대해 구현모 대표의 재임 기간인 2020년·2021년에는 A+를, 2022년에는 A 등급을 줬다. 포스코도 A+ 등급을 받았다. 정부가 직접 보유한 지분이 한 주도 없으면서 국민연금을 앞세워 주인 행세를 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정부 투자 기업 내지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기업은 주인이 정부에서 시장 주주들로 바뀐 것일 뿐 ‘주인 없는 회사’가 아니다”라면서 “이미 지배구조가 선진화돼 있는 민간기업에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외국인투자가들에게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비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포스코홀딩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51%를 넘고 KT도 43%를 웃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8.5%), KT(10.74%)의 최대주주이지만 지분 구성을 놓고 보면 외국인 지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글로벌 기업이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시장의 경영 평가인 주가도 우상향하는 기업의 CEO가 그만둬야 하는 게 문제”라며 “시장을 중시하는 정부가 들어선 만큼 임기 도중에 소유 분산 기업 CEO를 교체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롱텀과 밸류, 두 가지 관점으로만 스튜어드십을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민우 기자·노현섭 기자·윤지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