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대북송금 및 변호사비 대납 등 각종 의혹 규명에 결정적 키를 쥐고 있는 쌍방울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을 기소한 뒤에도 그를 상대로 이 대표의 범죄 관련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전날 김 전 회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공여,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공소장에 기재된 혐의 중 대북송금 관련 의혹이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은 2018~2019년 사이 진행됐던 경기도의 대북사업에 쌍방울이 관련됐고, 그 과정에서 거액이 흘러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일단 공소장에 기재된 북한에 불법으로 건너간 금액은 800만 달러(약 100억원)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진술 등을 토대로 2019년 1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전달된 500만 달러는 이재명 지사 시절 경기도가 추진하던 스마트팜 사업 비용, 같은 해 11월에 전달된 300만 달러는 이 대표의 방북 비용으로 용처를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 중국 선양에서 송명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부실장 등 북측 인사와 만난 자리에서 스마트팜 사업을 위해 500만 달러를 북한 측에 주기로 했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 직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바꿔준 이 대표와의 통화에서 대북송금과 관련해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고 검찰에 털어놨다. 또 이 대표의 방북 비용 관련으로 북한에게서 받은 송 부실장 이름이 적힌 ‘300만 달러 수령증(확인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외에 김 전 회장으로부터 북측에 50만 달러를 더 줬다는 진술도 확보해 금액규모와 용처를 파악 중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북송금 의혹에 개입한 혐의가 입증된다면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을 정치적 입지에 이용하고자 했던 이 대표가 대북 사업을 추진하던 쌍방울에게 돈을 내게 한 구조는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된 ‘성남FC후원금 의혹’과 비슷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로부터 “(대북송금 내용을 이재명)도지사에게 모두 보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구속 수감 중인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를 불러 북한과의 교류 협력 사업 전반과 쌍방울이 북측에 돈을 댄 경위 등을 추궁해 대북송금과 이 대표의 ‘연결점 찾기’에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대북송금 과정을 이 대표가 사전에 알았거나 승인했는지가 수사의 관건이다. 또 쌍방울의 자금흐름을 파악할 ‘열쇠’를 쥔 인물로 꼽히는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이자 김 전 회장의 전 매제이자 ‘금고지기’ 김모 씨의 송환에 힘을 쏟고 있다. 김 전 회장은 검찰에서 계열사 간 자금 이동 및 사용처를 묻는 질문에 “김 씨가 맡아서 나는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태국 당국에 체포됐으나 현지 법원에 송환 거부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검찰은 또 이번 공소장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 대표와 쌍방울 간 유착 의혹을 촉발시킨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는 2018년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사 수임료를 쌍방울이 전환사채 20억원, 현금 3억원 등으로 대신 지불했다는 의혹이다. 현재 이 대표와 김 전 대표, 쌍방울의 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변호사 등 관계자 모두 해당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다만 검찰은 "쌍방울의 전환사채 편법 및 유통 발행 과정에서 그 이익이 변호사비로 대납 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다각도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 등과 국외도피를 했다가 태국 등지에서 검거된 자금관리자, 수행비서의 송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김 전 회장에 대해 촉박한 시한으로 기소하지 못한 여러 범죄 사실들은 현재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