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정규 6집 앨범인 신보 ‘헨델 프로젝트’를 발매하며 “바로크 음악은 해석의 폭이 넓은 게 사실이다. 이번엔 제가 맞는다고 생각하는 해석으로 연주했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피아노를 시작한 이래 연습량이 가장 많았다는 그는 “바로크 음악이 이해한 후 자신감이 붙기까지 다른 장르보다 오래 걸리는 것 같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독일 베를린에 머물고 있는 조성진은 ‘헨델 프로젝트’ 앨범 발매를 맞아 4일 국내 취재진과 화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 바로크 시대 대표적 작곡가인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중 3곡과 미뉴에트 G단조,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등을 연주했다.
조성진에게 이번 앨범은 바로크 시대 음악에 대한 첫 도전인데, 대표 격인 바흐가 아닌 헨델을 택한 게 눈길을 끈다. 조성진은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연주회가 잇따라 취소되자 평소 시간이 없어서 못했던 곡들을 혼자 많이 연주했다”며 “그 때 헨델의 음악이 와 닿았다”고 돌아봤다. 그에게 바로크 음악은 “대단하고 어렵게 생각되는” 음악이다. 그래도 헨델의 음악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맛이 있을 뿐 아니라 멜로딕한 특징이 있어서, 바로크 음악을 많이 접하지 않았던 그에게는 시작하기 상대적으로 쉬웠다. 헨델 하프시코드 모음곡을 한 번에 모두 다 연주한 다음,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곡을 골랐다.
하프시코드 모음곡을 피아노로 연주한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하프시코드와 피아노는 건반이 있다는 점 외에 전혀 다른 종류의 악기로, 조성진은 하프시코드 연주자로부터 조언을 얻기도 했다. 그는 “현대의 피아노가 하프시코드보다 강약 조절이 쉽고, 표현력 면에서 용이하다”며 “피아노로 (헨델 하프시코드 모음곡을) 연주하는 게 장점이 많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타공인 국내 대표 피아니스트일 뿐 아니라 작년 미국 카네기홀에서 빈 필하모닉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하는 등 성공적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카네기홀 공연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연주회 하루 전에 긴급 참여했다. 조성진은 “연주한 지 3년 정도 된 곡을 하루 밤새 연습했고, 미국에 가면서도 코로나19 양성이 나올까 불안했다”며 “공연을 어떻게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지만, 끝나자마자 지휘자와 포옹하는데 연주보다도 더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투어에서는 항공편 연착으로 짐을 제때 받지 못해서 캐주얼 차림으로 무대에 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그 때 신세를 많이 졌다”며 “첫날에는 운동화에 츄리닝을 입고 연주하긴 했지만 다음날은 어느 분께 양복을 빌렸고, 마지막 보스턴 연주회에서는 친구인 피아니스트 신창용의 옷을 빌렸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은지 묻자,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유명 연주자와 함께 하고, 명성 높은 공연장에 서는 것보다 음악적으로 성격이 맞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일하는 게 그에게는 더 중요해졌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찾아주는 사람이 언젠가 없어질 텐데 어떻게 안정적으로 추락할까에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가 많다'고 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을 한 적 있는지에 대해서도 “제가 BTS급은 아니라서 그런 고민을 하는 건 거만한 것 같다. 추락이 아니라 더 올라가야 할지를 고민할 시기”라고 무덤덤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