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한파와 함께 가구·건자재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정부가 여러 규제 완화책을 꺼내 들었지만 업체들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적자 폭이 심해지는 양상이다.
5일 금융감독원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LX하우시스는 지난해 4분기 13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15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봤던 시장 전망치(증권가 컨센서스)에서 크게 빗나간 성적이며 1년 전(-15억 원)과 비교하면 적자 폭이 더 심해졌다. 4분기 매출 역시 887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가 줄었다. LX하우시스는 건축자재 부문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해 통상 건자재 기업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실적은 급격하게 얼어붙은 건설·부동산 시장 경기가 개선되지 않은 탓으로 해석된다. LX하우시스는 지난해 3분기까지 자동차 소재 부문에 힘입어 경쟁사 대비 비교적 선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부동산 거래는 사실상 실종되고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악화되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LX하우시스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경기 악화와 주요 원재료 가격이 뛰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업계 1위로 꼽히는 한샘도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샘의 경우 아직 실적 공개를 하지 않았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2022년 4분기 5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일각에서는 4분기 영업손실이 -14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한샘은 작년 3분기와 직전년도 4분기 각각 -62억 원, -136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바 있다. 이 같은 계속된 적자로 한샘이 사상 첫 연간 실적 기준 영업손실을 낸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장문준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주택매매거래량 감소라는 부정적인 시장 환경 속에 원가율 부담이 지속하고 있는 것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업체들은 한파를 이겨내기 위해 갖가지 방안을 짜내고 있다. 우선 주요 업체들은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한샘은 이달 들어 주요 제품 가격을 3~8% 올렸고, 현대리바트도 지난달 약 5%의 인상을 단행했다. 아울러 부분시공 등에도 힘을 줘 이사 수요 감축에 대해서 대응을 해나가고 있다. 비용 절감과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 등도 업체들의 고려 대상이다.
하지만 결국 부동산 경기 및 주택매매거래 회복이 향방을 결정지을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룬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택 시장 규제 완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매매 거래량의 바닥 다지기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면서도 “실적의 급격한 회복을 기대할만한 환경은 아니지만 최악의 상태에선 딛고 나아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