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고 있다. 2023학년도 대학 입시 정시 모집에서 경쟁률이 3 대 1에 미치지 못한 대학은 68곳에 달했다. 수험생 한 명이 대학을 3곳까지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률이 3 대 1 미만이면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14개 대학, 26개 학과에서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이대로 가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파장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만 6~21세 학령인구가 지난해 748만 명에서 2030년 594만 명, 2040년에는 447만 명으로 급감하기 때문이다.
대학 구조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구조 조정은 정원 감축이나 통폐합 등으로 몸집을 줄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고급 인재를 육성하는 두 갈래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정작 이를 위해 필요한 재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국회는 대학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신설했다. 고특회계는 기존 고등교육 예산 8조 원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투입될 교육세 세입에서 끌어온 1조 5000억 원과 정부가 추가 지원하는 2000억 원을 더해 총 9조 7000억 원 규모로 마련됐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활용은 진작에 필요한 일이었지만 이 정도로는 한계가 있다. 고특회계 재원 규모가 애초 교육부가 계획한 3조 원에서 시도교육청의 반발로 절반으로 줄어든 데다 3년 한시 조건이어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유초중등 교육 예산으로 쓰이는 교육교부금은 매년 국민들이 납부하는 내국세수 20.79%에 교육세 세수 일부를 더해 만들어진다. 세수 증가에 따라 교육교부금은 늘어나는 반면 학령인구는 감소해 갈수록 유초중등 교육 재원은 남아돌게 된다. 이 때문에 교육교부금을 대북 지원 등 엉뚱한 곳에 쓰는 경우도 있었다.
이제는 교육교부금을 대수술해야 할 때다. 우선 내국세 자동 배정 비율을 현실에 맞게 고치는 등 재원 조달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와 함께 고특회계의 3년 한시 일몰제를 폐지하고 교육교부금 사용 범위를 대학 및 연구개발(R&D) 지원 등으로 확대해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또 대학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등록금 규제를 완화하고 산업 수요에 맞춰 수도권 대학 정원 자율화 방안 등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