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 논란이 국민의힘을 강타하고 있다. 유력 당권 주자인 김기현 후보의 후원회장 신평 변호사가 최근 소셜미디어 글에서 “(안철수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경우) 윤 대통령이 정계 개편을 통한 신당 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당내 일부에서 “당원을 협박하느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정치 난국 돌파를 위해 탈당과 창당 카드를 종종 활용했다. 1990년 1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정의당이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과 손잡고 민주자유당을 창당한 게 대표적 사례다. 1988년 총선에서 여당인 민주정의당이 전체 299석 가운데 125석밖에 얻지 못해 궁지에 몰리자 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과 합당해 217석의 거대 여당을 만든 것이다. 1995년 12월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자유당 간판을 내리고 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기득권 세력인 민정계를 물갈이하고 개혁 이미지를 가진 정당 간판으로 이듬해 15대 총선을 치르기 위한 승부수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6대 총선을 앞둔 2000년 1월 민주화운동 출신 인사들과 각계 전문가들을 수혈해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세력들이 임기 첫해인 2003년 창당한 열린우리당은 이듬해 총선에서 ‘탄핵’ 바람을 일으켜 압승을 거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2월 대선과 총선에 대비해 새누리당을 만들었다.
역대 대통령의 창당은 ‘반짝 효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결국 끝이 좋지 않았다. 민자당은 1992년 총선에서 68석이나 잃었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신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열린우리당은 과반인 152석을 얻었으나 오래 지나지 않아 자멸했다. 새누리당 역시 총선·대선 승리 이후 ‘박근혜 사당화’의 길을 걷다가 결국 탄핵으로 사라졌다. 만약 역대 대통령들이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헌법 제7조 1항을 깊이 새겼다면 선택과 결과가 달랐을지 모르겠다. 창당 가능성이 아직 미지수인 윤 대통령이 곱씹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