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예산실이 떨고 있다. 대통령실의 중산층 난방비 지원 주문을 두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재정 지원 논의가 스멀스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직까지 ‘추경은 없다’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6일 국회 및 관가에 따르면 7일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난방비 등 에너지 비용 폭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추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방식은 민주당처럼 국민에게 직접 현금 지원하는 대신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해오는 한국가스공사에 일정 금액을 지원, 난방과 전기 생산 비용을 줄이는 안이 거론된다. 이 경우 즉각적인 난방비·전기요금 인하 효과가 생기는 데다 인플레이션도 억누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요 금액은 매달 2조 원씩 약 20조 원이다. 지난해 급등한 LNG 도입 가격과 평년 도입 가격의 차이를 고려해 설정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달 30일 중산층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난방비 대책을 내놓으라고 주문했다. 이에 정부는 이달 1일 모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59만 2000원씩 지원하는 대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다 합해도 전체 가구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전체 가구의 60%가 넘는 중산층 지원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다 보니 여권 일각에서조차 중산층 지원을 위한 추경 불가피론이 번지고 있다. 이에 재정 당국인 기재부에서 당황하는 기색이 감지된다. 물론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공식적으로 새해 추경이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이달 내 재정준칙 법제화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기류는 사뭇 다르다. 난방비를 둘러싼 대통령실과 여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데다 총선도 다가오고 있어서다. 다가오는 여름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전기세 폭탄’ 프레임도 부담스럽다. 예산실의 한 관계자는 “사실 추경은 전통적으로 예산 편성권을 가진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야당이 반대하는 이슈”라며 “지금 여야가 뒤바뀐 상황인데 여당 입장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추경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달 인사가 예정된 점도 더 어수선하게 만든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예산 처리도 기한을 한참 넘겨서 끝났는데 곧바로 추경 정국에 들어가게 생겼다”며 “이번 인사에서 난방비 추경과 관련 없는 과를 갔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