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일요일은 전국 대부분의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의무휴업일이다. 반면 대구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60곳은 11년 만에 영업을 재개한다. 대구가 특별·광역시 중 처음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기존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제는 2012년 첫 등장과 함께 논란이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대기업들로부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고자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했다. 소상공인 보호가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규제의 취지는 살리지 못한 채 마트와 인근 상권, 그리고 고객 모두가 피해를 보는 상황만 이어졌다. 마트는 평일 대비 매출이 높은 주말 영업을 월 2회 포기해야 했고 마트가 쉬는 날에는 고객의 발길이 끊겨 인근 상권도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전체 국민 10명 중 6명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국회에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를 전면 폐지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수년째 계류 중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상황에 맞춰 규제를 보완하거나 수정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팬데믹을 거쳐 e커머스 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동안 낡은 규제 탓에 대형마트는 물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모두 침체했다. 정부가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정례 협의체를 구성하고 의무휴업일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 이유이기도 하다.
실효성 없는 규제를 전국 단위도 아닌, 한 지자체에서 바꾸기까지 10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대립해온 주체들이 ‘상생’을 위해 힘겹게 협의체를 꾸린 만큼 당사자의 의견과 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정책 수정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