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모유수유 중 커피 괜찮나요?"… 메타버스서 상담해보니

경희의료원, '메타버스' 플랫폼 활용

현직 의사와 일대일 맞춤 건강상담

"병원 진료실 보다 더 소통 잘 돼"

10명 내외로 진행 중장년층 참여↑

최용성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메타버스 플랫폼 ZEP ‘건강상담센터’에서 환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 제공=경희의료원최용성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메타버스 플랫폼 ZEP ‘건강상담센터’에서 환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 제공=경희의료원




"모유수유하는 동안 커피는 참아야 겠죠?"



"마셔도 됩니다. 떡볶이도 괜찮아요. 엄마가 건강해야 아기도 건강하죠."

가상공간에서 원활한 건강상담이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기우였다.

지난 2일 오후 2시 메타버스 플랫폼 ZEP에 마련된 경희의료원의 건강상담센터에서는 오프라인 공간과 다름없이 의료진과 환자의 심도있는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다소 경직된 분위기의 병원 진료실보다 오히려 밀도 있는 소통이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현직 의료진이 검증된 정보를 제공하고, 참여자들은 공간과 위치의 제약 없이 프라이버시가 보호된 상황에서 다양한 건강 관련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오후 경희의료원의 메타버스 플랫폼 ZEP ‘건강상담센터’에서 상담이 진행 중이다. ZEP ‘건강상담센터’ 화면캡처2일 오후 경희의료원의 메타버스 플랫폼 ZEP ‘건강상담센터’에서 상담이 진행 중이다. ZEP ‘건강상담센터’ 화면캡처




경희의료원은 작년 5월부터 매달 2회 이상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건강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10월부터 진행해 온 유튜브 랜선건강교실 경험을 살려 소규모 일대일 맞춤형 건강상담으로 영역을 넓힌 것이다.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된 랜선건강교실은 평균 동시 접속자가 1900명을 넘을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경희의료원 관계자는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그룹형 상담과 달리 깊이 있는 상담이 가능한 소규모 맞춤형 건강상담을 하기에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며 “회차당 10명 내외로 구성되는 메타버스 상담은 중장년층, 고령층의 참여도가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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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메타버스 플랫폼 ZEP ‘건강상담센터’에서 환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경희의료원이영주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메타버스 플랫폼 ZEP ‘건강상담센터’에서 환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경희의료원


기자도 직접 참여해 봤다. 메타버스 사용이 처음이었지만 이용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의료원으로부터 제공받은 링크에 접속하자 아바타와 닉네임을 선택할 수 있는 화면이 나타났다. 가상공간에서 보여질 모습을 취향껏 꾸밀 수도 있다. 캐릭터 생성을 마치면 녹색 잔디가 깔린 가상세계가 펼쳐졌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켜면 화상 대화는 물론 육성으로도 대화가 가능했다. 마이크를 끈 채 채팅창 화면에 글을 올리면 스태프가 실시간으로 확인해 원활할 진행을 도왔다. 다른 접속자가 상담하는 동안에는 맵에서 병원 안팎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면 지루할 틈이 없다. 병원 내부에 들어가면 널찍한 세미나실 안에 강당과 의자, 대기공간까지 구현해 놨다. 이날 상담에 나선 이영주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첫 출산을 앞두고 걱정이 많은 예비맘들에게 "임신 중에는 호르몬 변화와 체액량 증가로 다리가 붓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한쪽만 붓거나 색깔이 변화하면서 열감이나 통증이 있으면 심부정맥색전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 초보맘이 "모유가 잘 안 나온다, 아이가 빨리 크려면 분유 보충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최용성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불가피하지 않다면 혼합수유를 제한하고 완전모유수유(출생 직후부터 생후 6개월까지 모유만 먹이는 것)를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이재동 경희대한방병원 비만센터 교수가 메타버스 플랫폼 ZEP ‘건강상담센터’에서 환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경희의료원이재동 경희대한방병원 비만센터 교수가 메타버스 플랫폼 ZEP ‘건강상담센터’에서 환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경희의료원


경희의료원은 의료진 상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신청자들에게 사전에 건강설문 시스템 '경희 카이닥'을 작성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이재동 경희대한방병원 비만센터 교수는 "의료진이 메타버스 공간에서 얼굴만 보고도 본인의 몸 상태를 잘 아는 사실에 대해 신기해 하는 분들이 많다"며 "일상의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몸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온라인 사전상담만으로도 그 사람의 몸 상태와 잘못된 생활 습관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경희의료원, 메타버스 플랫폼 ZEP '건강상담센터' 내부. 사진 제공=경희의료원경희의료원, 메타버스 플랫폼 ZEP '건강상담센터' 내부. 사진 제공=경희의료원


경희의료원은 디지털 공간 내에서 건강상담을 지속해 일반 대중에게 보다 친근한 병원으로 다가가는 동시에 질환의 예방, 관리에 앞장설 계획이다. 김성완 경희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일상 속 여러 활동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비대면화되고 있다”며 “공무원연금공단, 동대문구 보건소와 함께 지역주민의 건강 관리를 돕고 올바른 건강 정보를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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