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글로벌 투자자의 외환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직접 참여를 허용하고 외환시장 개장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하는 등 전면적인 외환시장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외환거래가 활발해지면 국민연금 등 일부 주체의 움직임으로 환율이 출렁이는 현상을 막고 원화 자산에 대한 해외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환시장이 전면 개편되는 것은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바뀐 1997년 이후 약 25년 만에 처음이다.
7일 정부는 ‘글로벌 수준의 시장 접근성 제고를 위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날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나라 밖과 연결되는 수십 년 된 낡은 2차선 비포장도로를 4차선의 매끄러운 포장도로로 확장하고 정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인가를 받은 해외소재 외국 금융기관(RFI)의 국내 외환시장 직접 참여를 허용하는 것이다. 현재 원화는 역외 외환시장에서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내서만 거래할 수 있지만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은 도매시장으로 분류되는 국내 은행 간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외환시장은 폐쇄적이고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RFI가 시장 참여자로서 정상적인 영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현물환뿐만 아니라 FX스와프 시장도 개방하기로 했다. 현물환 시장은 원화와 달러화의 매매가 이뤄지는 반면 FX스와프 시장은 달러를 빌려주고 받는 시장을 말한다.
다만 RFI는 은행 간 시장에 참여 가능한 외국환업무취급기관과 같은 유형의 글로벌 은행과 증권사로 자격을 제한한다. 따라서 헤지펀드 등은 참여할 수 없다. 또 RFI가 은행 간 거래를 할 경우에도 국내 외국환중개회사를 경유할 것을 의무화해 당국의 모니터링이나 시장 관리 기능은 현재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한다.
국내 외환시장 개장시간도 대폭 연장했다. 달러, 유로, 엔 등 선진국 통화는 역외에서 24시간 자유롭게 거래되는 반면 원화는 우리 개장시장인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만 거래 가능하다. 이를 런던 금융시장이 마감하는 한국 시간 새벽 2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향후 은행권 준비나 시장 여건을 보면서 단계적으로 24시간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시장 인프라로 선진국 수준으로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RFI에 대한 법령상 규율 등을 정립하기 위해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등 절차를 거쳐 3분기 중 국회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외국 금융기관의 참여의향 등 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6개월 시범 운영을 거친 뒤 2024년 하반기부터 정식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김 관리관은 “유사시 RFI의 자본거래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수단들을 구체화하는 한편 현지 감독당국과의 협조체계 구축 등 실효적 감독방안도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