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전 세계가 코로나 위기를 벗어나진 못했지만 긴 터널의 끝에 온 것은 분명합니다. 중국의 단기비자 발급 제한 등의 조치도 조기 해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질병관리청은 지금부터 다음 팬데믹을 대비하겠습니다.”
취임 50일을 맞은 지영미(사진) 질병관리청장은 7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사에서 열린 기자단 간담회에서 “'신종 감염병 대유행 대비 대응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3개월 뒤 국제공중보건 비상 상황을 종료할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도 오는 5월 11일을 기점으로 공중보건 비상 상태를 끝낼 예정인 만큼 한국도 올해 비상 단계를 마치고 일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 지 청장의 설명이다.
질병관리청도 이에 맞춰 방역 대응 수준을 조정할 계획이다. 현재 남아있는 확진자의 격리 의무 7일을 5일로 단축하고 남아있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도 이뤄질 전망이다. 당초 우려됐던 중국 내 확진자 유행 확산과 변이 바이러스 발생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현재 중국 단기 비자 발급 제한을 조기에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 청장은 “최근 한달 간 코로나19의 치명률이 인플루엔자와 비슷한 수준인 0.08%로 감소했다”면서도 “다만 정확한 시점에 대해서는 WHO의 비상사태 선언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상회복을 준비하면서 향후 다시 발생할 팬데믹도 준비할 방침이다.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중심으로 신종감염병 대유행 대비 대응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질병관리청은 그간 축적된 코로나19 데이터를 개방해 민관 공동 연구 분석을 확대한다. 근거 중심의 만성질환 예방관리를 강화하고, 대규모 바이오 빅데이터와 고품질 인체자원을 수집·분석해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 등 미래 의료 혁신의 기반도 마련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팬데믹 발생을 대비한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해선 더욱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탁생산(CMO) 역량은 갖췄으나 개발 속도 면에선 뒤쳐져 있는 현실이란 지적이다. 지 청장은 “우리나라도 나름대로 투자해왔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역량이 부족한 면이 있었다”며 “G7 국가들이 100일 이내에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해 사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한 것 처럼 우리나라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 감염병연구소를 중심으로 범정부적 노력을 해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미래 전략 수립을 위해 국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도 실시하는 한편 전문가와 관계부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아울러 질병청의 조직을 효율·합리화해 독립 청으로 역할과 권한을 명확히 할 계획이며 새로 설립된 국립 감염병연구소가 감염병 연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전문성도 키우겠단 설명이다. 글로벌 역량도 강화한다. WHO에 7년 반 가량 근무한 지 청장은 이같은 경험을 적극 활용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국제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해외기관 및 국제 기구와 전문인력 교류 및 공동연구를 확대할 것”이라며 “질병관리청을 국제화 시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